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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할머니, 폰트를 만들다

같이가치 with Kakao의 '한글늘품교실' 모금함 이야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설렘으로 가득한 3월, 조금 특별한 학생들이 모인 두 학교도 개학을 했다. ‘소망초등학교’와 ‘한글늘품교실’. 여자라서, 형편이 어려워서 한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다. 



평균 나이 74세의 ‘소녀’들이 이 학교에서 같이가치 with Kakao 모금을 통해 한글을 처음 배웠고, 이들의 손글씨는 전 국민이 쓰는 폰트가 되어 다시 한글 교육을 도왔다.




-두 학교 이야기- 

지난해 여름, 같이가치 with Kakao 10주년을 맞아 어떤 이벤트를 진행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담당 크루들의 눈에 특별한 두 학교 이름이 들어왔다. 부산 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이 10년 넘게 운영해온 ‘한글늘품교실’과 서울 마포 노인복지센터 주도로 서울 소의초등학교 교실에서 2013년 문을 연 ‘소망초등학교’. 두 곳 모두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지 못한 노인들에게 무료로 한글을 가르쳐주는 교실이다. 매년 여러 기업이나 각종 후원에 의존해 운영해왔기 때문에 재정이 풍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같이가치를 만났다. 


한글늘품교실은 2015년 연말 낡은 책걸상을 새 책상과 의자로 바꾸는 비용을 마련하고자 같이가치에 모금함을 개설했다. 소망초등학교는 지난해 5월 할머니들의 생애 첫 수학여행 비용을 모으기 위한 모금함을 열었다. 두 모금함에 각각 78만8440원, 581만원이 모였다. 늦깎이 학생이 된 할머니들의 열정이 1만1085명의 마음을 감동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같이가치는 나눔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10주년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 두 학교에서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폰트를 제작해 배포하고, 그 폰트로 10주년 축하 댓글을 적으면 아이디별 첫 댓글 하나에 카카오가 1000원씩 모아 기부금을 마련했다. 기부금은 같이가치에 모금함을 열어 ‘한글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 12곳을 돕는 데 쓰였다.




-서툰 글씨가 폰트가 되기까지- 

우선 두 한글교실에서 모인 다양한 글씨체 중 개성 있는 네 종류의 폰트를 골라냈다. 소망초등학교 김유식, 신태연 할머니와 한글늘품교실 권정애, 김중자 할머니 글씨였다. 네 명의 만학도에게는 한글을 넘어 영어 알파벳까지 배우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할머니들은 몇 달간 피나는 노력 끝에 꼬불거리는 글씨로 한자 한자 써내려갔고, 마침내 한글과 영어 알파벳 모두 완벽하게 써내는 데 성공했다. 평균 나이 74세, 스마트 기기를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할머니들의 수줍은 손글씨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폰트가 되는 순간이었다. 



폰트는 각 할머니 이름으로 지난해 11월 같이가치 10주년 페이지에서 배포했다.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적힌 9만8367개의 댓글은 기부금 8854만7000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이벤트는 늦깎이 학생들이 한글 교육을 통해 만들어낸 폰트로 또 다른 사람들의 한글 교육에 큰 힘을 보태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배움, 그 끝없는 여정- 

폰트를 만든 할머니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남았다. 한글늘품교실 할머니들은 최근 과감한 도전을 했다. 그동안 학생들이 직접 쓴 시와 그림으로 만든 시화들을 모아 부산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시화전을 연 것이다. 할머니들은 시화전을 통해 그동안 느낀 배움의 기쁨과 뿌듯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다.


소망초등학교 할머니들은 내년 졸업을 앞두고 올해 마지막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6학년 학교생활과 생애 첫 졸업식을 준비하는 데 같이가치의 모금함이 다시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소망초등학교의 두 번째 모금함은 목표액 600 만원을 달성하며 성공리에 종료됐다. 덕분에 내년 겨울에는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는 할머니들의 졸업사진을 볼 수 있게 됐다. 



같이가치 10주년 폰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는 폰트를 내달라’, ‘할머니들의 노력이 담긴 이 폰트를 PC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 많은 유저들과 폰트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어르신들의 폰트를 카카오톡 폰트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iOS 이용자들은 3월 중순부터 카카오톡에서 권정애체, 김유식체, 김중자체, 신태연체를 사용할 수 있다.


◼︎같이가치 with Kakao '한글늘품교실' 할머니들이 만든 폰트 만나러 가기

https://together.kakao.com/magazines/613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4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4호 목차


- hello, partners!


◼︎ partners

- 카카오이모티콘 키몽 작가 '아재 개그'의 재탄생
- 병무청과 카카오톡의 특별한 협업 '입영통지서, 카카오톡으로 받아요'
- 카카오드라이버 김민섭 작가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 카카오페이지 김영탁 감독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 쉿, 카카오의 비결 파트너께만 알려드려요 'Kakao 클래스'

◼︎ with Kakao

- 모두를 위한 연결 II '난 카카오톡으로 우리 손주랑 얘기해'
- 같이가치 with Kakao '까막눈 할머니, 폰트를 만들다'(본 글)
- 다가치펀드 '손바느질에 담긴 마음을 아기에게'
-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플친, 맞춤 행정으로 가는 길'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4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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