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메이커스 코튼샤워
여기 특별한 베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만드는 건 두 살 배기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두 바른 자세로 잘 수 있도록 돕는 베개다. 통째로 빨아 베갯속 세균까지 씻어낼 수 있는 이 베개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많이 팔리진 않았다. 직원이 네 명뿐인 이 스타트업은 실패를 딛고 악착같이 다시 일어서야 했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MAKERS with Kakao)가 거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베개 브랜드 ‘코튼샤워’ 이야기다.
지난 11월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우수상품 전시회’. 알록달록한 베개가 쌓여 있는 부스 앞에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들과 중년의 바이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체형에 맞게 높이 조절까지 됩니다. 세탁할 때 솜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누빔 구조를 적용해서 일반 베개와 달리 세탁해도 문제가 없어요.”
이상혁 가온힐 대표가 직접 베개를 들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보통 솜은 70mm 이상 길이에 7 데니아(Denia) 예요. 저희 베개는 32mm, 3 데니아의 실리콘 코팅된 극세사 솜으로 만들어 변형 없이 더욱 탄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데니아는 원단에 사용된 실의 굵기를 의미한다. 원사 1g에서 실 9km 길이를 뽑을 수 있을 때 1 데니아를 쓴다. 보통 20 데니아와 10 데니아가 각각 경량과 초경량의 기준이 된다.
이 대표는 ‘초보 사장’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각종 프린터를 만드는 회사를 다녔다. 마흔여섯이 되던 해 23년이나 다닌 ‘평생직장’을 박차고 나온 건 꿈 때문이었다.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늘 품어왔는데 쉰 살이 다가오니까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이 회사를 내가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이 대표는 그해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아내는 반대했다. 낮지 않은 연봉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한다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원군이 돼준 건 당시 중 3이던 딸이었다고 한다.
“딸아이가 ‘아빠 지금껏 고생했는데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하는데 우리 딸이 이렇게 철들었구나 싶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이 대표는 결국 가족들 동의를 받아 2015년 5월 1일에 퇴사했다. 직장에서 받은 지분을 처분해 만든 회사가 가온힐의 전신이 되는 곳이다.
처음 구상한 창업 아이템은 LED 열을 이용한 아로마 디퓨저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는 ‘대박’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다른 아이템을 찾으려고 매일 아침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그 결실이 베개였다. 베개는 2015년 6월 어느 날 이 대표의 동갑내기 고향 친구인 윤주영 가온힐 이사가 낸 아이디어였다.
“남편이 땀을 많이 흘려 베갯속에서 냄새가 나서 운동화 끈으로 베개를 묶어 빤다는 거예요. 이런 수고를 편한 방법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듣자마자 ‘아 이건 되겠다’ 하는 확신이 들었죠.”
이 대표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기도 전에 ‘세탁할 수 있는 기능 접이식 솜 베개’라는 타이틀로 2015년 경기도 중소기업청 섬유융합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탔다. 특허 및 디자인 상표 등록도 14개나 해뒀다.
퇴사하고 상을 받기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다 잘될 것만 같았던 때였다.
이 대표는 그해 11월 제품 200개를 들고 ‘2015 대한민국 우수상품 전시회’에 참여했지만 결과로 돌아온 것은 실패였다.
“단 한 개도 못 팔았어요. ‘아기 이불을 개 놓은 것 같다’ ‘색이 단조롭다’ ‘실용성이 없다 ’, 혹평만 잔뜩 들었습니다. 이대로 접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죠.”
그즈음 모 패션사를 직접 방문해 물건을 제안해보기도 했는데 역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쪽 대표가 “베개에는 커버가 있어야지, 이건 안 돼” 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고정관념이 강하셨죠. 그 회사 디자이너는 계속 괜찮다고 해주셨지만 결국 수확은 없었어요.”
이때가 금전적으로 최악의 시기였다고 한다. 직원들 급여는 계속 나가는데 수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200개 제품 전량을 폐기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네 가지 원칙을 세웠죠. 간편해야 한다, 예뻐야 한다, 편리해야 한다, 기능성을 갖춰야 한다. 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은 안 팔겠다고 다짐했어요.”
코튼샤워는 그 후 1년간 베개 500개를 만들었다. 조금 혁신적이다 싶으면 계속 디자인 등록을 했다. 체격별로 사이즈 라인업을 새로 짜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직원 가족까지 총동원해 직접 베고 자고, 세탁하면서 테스트를 계속했죠. 지금도 저희 집에만 베개가 50개 있어요.”
코튼샤워는 2016년 12월에 ‘이번엔 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샘플 150개를 들고 ‘서울 홈 테이블 데코 페어’에 나갔다. 거기서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현장 물량이 부족해 온라인 주문을 받아야 했다.
“회사에 남겨둔 것까지 택배로 다 보내서 총 220개를 팔았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지금처럼 저가 모델이 아니라 가격이 8만 원이었는데도요.”
딱 1년 만에 다시 전시회에서 전화위복을 한 셈이다. 이 대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객도 거기서 만났다.
“베레모를 쓴 70대 노신사였는데 박람회장에서 저희 물건을 보고 ‘이 정도 아이템인데 세계 넘버원 한번 돼봐야지. 될 거야, 해봐’ 하시더니 두 개를 사 가셨어요. 저는 전율을 느꼈어요. 그제야 ‘아 이제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 대표를 만난 이날은 코튼샤워가 정확히 2년 만에 ‘대한민국 우수상품전시회’에 돌아온 날이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바이어를 잡아야겠다는 의욕이 앞섰는데, 이제는 제품을 팔러 온 게 아니라 전시하고 우리 브랜드를 알리러 온 거라는 여유가 생겼어요. 오늘이 첫날인데 벌써 바이어들이 40명도 더 왔답니다.”
이 대표는 박람회만으로는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한창 도약이 필요했던 지난 3월 ‘서울 국제 소싱 페어’에서 은인처럼 만난 게 ‘메이커스’라고 한다.
“차선화 메이커스 매니저가 명함을 주셨어요. 메이커스에 대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먼저 연락을 해주시더라고요.”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다고 한다. 이미 한번 맛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이 대표를 반신반의하게 했다. 차 매니저는 그런 그에게 확신을 줬고,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차 매니저가 1500개 이상은 팔릴 거라며 2000개를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자신 없었어요. 그런데 첫 판매에서 무려 3400개가 팔렸죠. 예상치의 두 배보다 더 팔린 거예요.”
메이커스 입점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건 인지도였다.
“지난 10월 ‘청년 상업 대전’에서는 많은 분들이 ‘어 이거 카카오에서 본 거다’ 하고 알아보시더라고요. 전에는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루 5개 정도 판매됐는데 메이커스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그 수량이 늘어났죠. 지난 9월까지 10개가 팔리더니 10월 말부터는 하루에 60개가 나가기 시작했어요.”
해외 진출도 수월해졌다. 코튼샤워는 메이커스를 보고 연락한 일본판 메이커스인 ‘막후아케’의 제의를 받고 연내 입점을 앞두고 있다.
메이커스가 끌어올려준 것은 ‘양’뿐만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메이커스의 판매 방식이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재고가 없어지니까 가격이 떨어지고, 판매도 늘어나죠. 소비자 반응까지 살필 수 있어요. 제품 색상이나 라벨같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디테일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차 매니저가 수시로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해줬어요.”
특히 메이커스로부터 제작과 판매 전 과정에 관한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코튼샤워가 시행착오 없이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든든하고 감사해요. 직원 8명인 우리보다 메이커스가 훨씬 경험이 많으니까,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거죠.”
길지 않은 시간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은 이 대표가 ‘창업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계획해야 합니다. 저 역시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홈페이지를 4개 국어로 만들었어요.”
그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플랫폼이 메이커스라고 강조했다.
“메이커스를 거쳐갈 능력이 없으면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고까지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플랫폼을 경험해야 제품에 대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시장도 뚫을 수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경쟁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특허든 공모전이든 그 준비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체험을 해보길 권합니다.”
이제 코튼샤워는 한국 밖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해외시장 조사 관련 도움을 받은 게 계기가 되어 싱가포르에서도 지난 3월부터 베개를 팔고 있어요.”
중국과도 2016년 11월에 계약을 했고, 러시아 모스크바, 오스트리아 빈,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코트라(K OTRA) 해외무역관에서는 샘플을 전시하고 있다. 해외무역관 샘플을 보고 연락해오는 바이어들이 꽤 많다고 한다. 해외 특허 서류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코튼샤워가 세계인의 건강한 수면을 책임지는 베개가 되기를 바란다.
“주사기를 만든 사람은 몇 조를 벌었을까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세계 사람들이 제 베개를 썼으면 좋겠어요.”
그는 누가 어떻게 투자할지 모르기 때문에 목표는 크게 잡는다고 했다. 코트라 해외 투자 제안서에 적은 금액은 1000만 달러(111억 5600만 원)에 달한다.
“두근거려요. 2015년에 1500만 원 , 2016년에 4200만 원을 벌었어요. 올해는 지금까지 6억 원을 벌었고요. 내년에는 100억 원을 벌 겁니다. 세계적인 베개 장인이 될 거예요.”
쉰 살, 꿈을 이룬 이 대표의 얼굴에는 소년처럼 해사한 웃음이 번졌다.
◼︎MAKERS with Kakao '코튼샤워'의 배게 만나러 가기
https://makers.kakao.com/item/706358/?f=pwk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1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1호 목차
- hello, partenrs!
◼︎ partners
- 카카오헤어샵 스위트 벙커 ‘위치의 금기를 깨다'
- 스토리펀딩 박상규 기자 ‘좋은 기사만 쓰면 된다는 확신'
- 카카오페이지 브리드 ‘함께 호흡하고 같이 비상하다'
- 메이커스 코튼샤워‘베개위에 펼쳐진 가장의 인생 2막'(본 글)
- 다음웹툰 여은작가 '대새녀,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파트너의, 파트너에 의한, 파트너를 위한 : 2017 Kakao Most Valuable Partners Day
- 새로운 시장의 탄생, 이모티콘
◼︎ with Kakao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10년의 발자취 : 같이가치
- 다음 세상을 위한 디지털 교육 :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
- 카카오 스페이스로 초대합니다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1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