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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령에 국경 탈출하는 러시아인 보고 드는 생각

침묵하는 80%를 위한 글

러시아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동원령이 떨어지면서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동원소집 대상자들의 행렬이 국경 검문소 주변 5km를 넘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째에 들어서야 러시아 사람들도 전쟁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미 몇 달 전에 느꼈을 공포다. 덕분에 이제야 러시아내 전쟁 반대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한다. 


캐나다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단 의미로 우크라이나기를 차에 단다(좌). 반면 "우린 갱스터가 아니다. 우리는 러시아인이다"라고 쓰고 다니는 러시아 교민도 볼 수 있다(우).


여기에도 2080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조직에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비슷한 비율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과 침묵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침묵하는 80%는 대부분 그 문제가 직접 본인의 목전까지 왔을 때야 비로소 비명을 지른다. SNS에 글을 올리고, 기자를 찾고, 청와대 국민심문고에 청원을 낸다. 이 침묵하는 80%가 평소에도 불의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조금씩만 냈으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범죄 행위를 봤을 때, 용기 내어 "그러면 안 되죠"라고까지 말할 순 없더라도 그 80%가 침묵을 선택하는 대신 헛기침이라도 한 번씩 한다고 생각해보자. 80번의 헛기침 소리가 지하철 칸 전제에 메아리 칠 것이고 '우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이 경고가 더 큰 범죄와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올 피해가 두려워 침묵한다면 다음번엔 더 대범한 범죄의 화살이 나와 내 가족을 향할 수 있다.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식자리에서 성희롱하는 직장상사를 보았을 때, 공금을 자기돈처럼 사용하는 상사나 동료를 보았을 때, 우리는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헛기침과 눈빛을 항상 날려줘야 한다. 거리에서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사람,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해당된다. 



어제자(2022. 9.22) '좋은 생각'에는 '생명의 역전극(김보나 기자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식물학자이자 농학 박사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그의 책 '패자의 생명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흔히 자연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라고 하지만 더 강한 공룡이 멸종하고 현재의 인류가 살아남은 비결은 '소통'이다. 힘이 약한 호모 사피엔스는 무리 지어 살기에 소통을 담당하는 소뇌가 발달했다. 힘을 보충하려 도구를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 사람과 공유하여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약한 존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결국 최후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가끔 약자가 약자를 더 무시하고 차별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강자 옆에 붙어 어떻게라도 권력을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는 자들이다. 지구의 역사로 보면 이것은 결국 자멸의 패턴인 것이다. 다수의 평범한 우리는 강자에 침묵하는 대신 소통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좋은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힘을 모아 공룡을 견제했을 때 비로소 힘의 균형을 찾고 평화가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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