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과 파주에서 반나절 동안 휴식하기
정말 더운 나날이다. 비가 와도 더위는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더 더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더운 날에는 더운 날에 맞게 돌아다녀야 하는 법. 오늘은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가까운 파주 헤이리로 갔다. 더위에 지쳤기에 휴식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아서.
오늘의 목적지는 파주 헤이리지만, 그전에 일산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일식이다. 작년 간사이 여행 때 먹었던 규카츠를 먹기로 했다. 오사카 모토무라 규카츠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서는 찾아먹지 않았다. 그보다 맛없을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도 흘러 이때쯤이면 한 번쯤, 규카츠를 찾아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점심은 규카츠를 먹기로 했다.
웨스턴돔 근처에 위치한 '이자와'는 체인점이다. 굳이 일산이 아니더라도 이곳저곳에서 먹을 수 있다. 배가 고파, 규카츠 더블과 항정살 덮밥인 돈토로 덮밥을 시켜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일본에서 먹었던 규카츠 모습과 똑같은 자태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한 점 올려 구워 먹으니 역시 규카츠는 맛있었다. 항정살 덮밥은 처음 먹어보았는데 이 역시도 맛있었다.
둘이 가서 먹는다면, 규카츠 하나와 덮밥 종류 하나 이렇게 시켜먹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맛있게 먹었지만 느끼해서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금방 배가 부르다. 맛있게 먹었지만 그렇다고 많이 먹기에는 무리가 있는 그런 음식들이다.
점심을 맛있게 그리고 배부르게 먹고 파주 헤이리로 향했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 우리처럼 더위를 피해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파주는 좋은 목적지가 된다. 자유로를 타고 파주 쪽으로 향하다 보면 파주 출판단지에 갈 수 있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통일동산에, 더 올라가면 헤이리와 프로방스에 갈 수 있다. 끝까지 가면 임진각 평화누리에도 갈 수 있다. 각각의 공간이 갖고 있는 모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한 번씩 가볼만한 그런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은 헤이리와 프로방스가 아닐까.
헤이리는 여러 문화 공간이 존재하는 문화마을이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공간들이 즐비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중에서도 '카메라타'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엄청나게 오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공간이기도 했다. 아는 음악이 나올 때도 있고, 전혀 처음 듣는 음악이 나올 때도 있지만 클래식을 듣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어폰을 통해 듣는 것 혹은 집에서 듣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제대로 음악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신청해서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 신청곡이 많고, 그 신청곡이 다 긴 음악들이라면 언제 내가 신청한 음악이 나올지 모른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더위를 피해 일산에서, 헤이리에서 충분히 쉬었다. 카메라타에서 나오니 다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여행을 끝내고 다시 지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런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