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라멘 먹고 교토로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다. 그간 피로도 많이 쌓였고, 쌀쌀한 날씨 탓에 이불속이 정말 편안하고 따뜻했기 때문에 미적대었다.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 늦은 아침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도톤보리에 위치한 이치란 라멘이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었지만 식당 앞에는 긴 줄이 서있었다. 라멘이기 때문에 줄은 쉽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라멘을 먹으러 들어갈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신기했던 점 중 하나는 캐리어를 가지고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었다. 도착하고 바로 식당에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출발하기 전 식당에 들린 것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바리바리 챙겨서 식당에 오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짐을 챙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힘들어서 어디든지 두고 올 것 같은데, 그러는 시간이 아까워서인지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할 만큼 오사카에서 찾아갔던 식당들이 다 맛있는 식당이라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하고.
라멘은 역시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는 인스턴트 라면과는 다른, 라멘만이 가지고 있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전날 여행 기분을 내기 위해 마셨던 술을 해장하기에도 딱 좋은 그런 맛이었다. 게 눈 감추듯, 후다닥 그리고 깨끗하게 먹고 교토로 향했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와 비교를 해가며 그 나라를 이해하곤 한다. 일본은 '도쿄=서울', '오사카=부산' 등의 공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나라나 도시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토는 흔히 같은 천년의 고도로서 경주와 비교되곤 한다. 방대한 역사 유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둘의 비교는 타당하다. 하지만 경주가 보다 소박한 도시의 느낌을 지니고 있다면 교토는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이면서 대도시의 느낌을 함께 가지고 있다. 중심은 현대적이고 대도시이면서 주변부는 방대한 역사유적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이면서 현대적이라는 도시의 특성은 교토가 갖는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간사이 스루패스가 있으면 한큐 교토센 전철을 타고 교토에 갈 수 있다. 교토역에서 내리는 것은 아니고 가와라마치역에 내려 일정을 시작할 수 있다. 교토에서는 주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간사이 스루패스가 있다면 교토에서 돌아다니는 버스도 탈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몰랐다. 두 번째 간사이 여행이었던 2011년에도 교토에 왔었고, 교토에서 1일 버스 승차권을 산 기억이 선명해, 당연히 이번에도 1일 버스 승차권을 구입해서 돌아다녔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때는 간사이 스루패스가 아니라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서 돌아다녔고, 교토는 JR을 타고 갔던 것이라 1일 버스 승차권을 구입했던 것이었다. 기억에 의존해서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헷갈리는 게 많았는데,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까운 돈만 날리게 된 것이었다. 여행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격하게 느꼈다.
하지만 이 때는 그런 건 몰랐고, 그저 기쁜 마음으로 긴카쿠지, 은각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