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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제여행자 Aug 03. 2016

세 번째, 간사이

4장. 긴카쿠지와 기요미즈테라에서 일본을 느끼다.

1. 조용한 그곳, 긴카쿠지


교토에는 절이 많다. 그 많은 절 중에서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절이 있다. 킨카쿠지와 긴카쿠지다.


물론 이 두 절은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전혀 헷갈릴 일이 없다. 킨카쿠지는 금각사를 말하고, 긴카쿠지는 은각사를 말한다. 교토에 가면 두 절은 항상 빼놓지 않고 갔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킨카쿠지보다는 긴카쿠지가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일정이 늦어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을 때, 주저 없이 긴카쿠지를 선택한 것도 이전 여행에서 긴카쿠지가 좋았기 때문에, 그래서 또 가보고 싶었고, 같이 간 동행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긴카쿠지는 킨카쿠지와 같은 화려함도, 기요미즈테라와 같은 신기함도 없지만 긴카쿠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아우라가 있는 것 같다. 늦가을이자 초겨울인 이 시기에 만난 긴카쿠지는 단풍과 함께 그 아우라를 열심히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용히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교토에 오길 잘했다. 긴카쿠지에 오길 잘했다.



2. 여행 추억하기


가본 곳을 또 가는 이유는 한편으론 이전 여행을 추억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햇수로 4년 전, 제대 후 가족과 함께 간사이에 왔었다. 그때도 긴카쿠지에 왔었다. 그때도 그 이전에 왔던 긴카쿠지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간사이에 온다면 그때도 이번 여행을 추억하고 기억할 것이다.

 

추억이 있는 맛


긴카쿠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던 것을 생각하며 이번에도 비슷하게 사진을 찍었다. 그 사이 나는 변해있었지만 이 긴카쿠지는 변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긴카쿠지뿐만 아니다. 긴카쿠지 앞 상점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긴카쿠지 바로 앞에서 슈크림빵을 파는 가게에서 동생과 슈크림빵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동행과 가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 가게가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슈크림빵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얼른 사서 먹으면서 머나먼 이곳에 추억할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3. 신기함 가득한 기요미즈테라


기요미즈테라 앞. 저 친구들은 수학여행 왔나보다.

긴카쿠지에서 내려와 철학자의 길에 잠깐 들렸다가 기요미즈테라로 갔다. 긴카쿠지가 조용함 속에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면 기요미즈테라는 화려함과 신기함이 가득한 공간이다. 기요미즈테라의 백미는 바로 위 사진에서 보는 바로 이곳일 게다. 교토와 관련된 사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 기요미즈테라의 본당이다.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아니, 이런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내내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단풍과 어우러진 기요미즈테라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을의 기요미즈테라


기요미즈테라에서 나와 옛 모습을 간직한 뒷골목이라 할 수 있는 니넨자카, 산넨자카로 향했다. 일본의 전통가옥들이 그대로 늘어서 있는 이곳을 걷는다는 것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걷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교토역으로 향했다.



4. 오래된 식당 동양정에서 함박스테이크 냠냠


저기보이는 저 토마토가 그렇게 맛있었다.


교토에서 먹기로 한 음식은 바로 함박스테이크였다. 가기 전 찾아본 블로그에서 맛있어 보이는 동양정 함박스테이크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중 실패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 역시도 기대가 가득했다.

생각보다 덜 기다리고 동양정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함박스테이크를 먹기 전, 토마토 샐러드가 나오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다. 그냥 보통 토마토에 소스 얹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맛있었다. 차가운 토마토의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정말 맛있어서 하나 더 시켜서 먹을 정도였다. 뒤이어 나온 호일에 싸인 함박스테이크도 정말 맛있었다. 평소 먹었던 함박스테이크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다시 아침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가면서, 간사이 스루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교토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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