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긴카쿠지와 기요미즈테라에서 일본을 느끼다.
교토에는 절이 많다. 그 많은 절 중에서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절이 있다. 킨카쿠지와 긴카쿠지다.
물론 이 두 절은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전혀 헷갈릴 일이 없다. 킨카쿠지는 금각사를 말하고, 긴카쿠지는 은각사를 말한다. 교토에 가면 두 절은 항상 빼놓지 않고 갔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킨카쿠지보다는 긴카쿠지가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일정이 늦어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을 때, 주저 없이 긴카쿠지를 선택한 것도 이전 여행에서 긴카쿠지가 좋았기 때문에, 그래서 또 가보고 싶었고, 같이 간 동행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긴카쿠지는 킨카쿠지와 같은 화려함도, 기요미즈테라와 같은 신기함도 없지만 긴카쿠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아우라가 있는 것 같다. 늦가을이자 초겨울인 이 시기에 만난 긴카쿠지는 단풍과 함께 그 아우라를 열심히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용히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교토에 오길 잘했다. 긴카쿠지에 오길 잘했다.
가본 곳을 또 가는 이유는 한편으론 이전 여행을 추억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햇수로 4년 전, 제대 후 가족과 함께 간사이에 왔었다. 그때도 긴카쿠지에 왔었다. 그때도 그 이전에 왔던 긴카쿠지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간사이에 온다면 그때도 이번 여행을 추억하고 기억할 것이다.
긴카쿠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던 것을 생각하며 이번에도 비슷하게 사진을 찍었다. 그 사이 나는 변해있었지만 이 긴카쿠지는 변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긴카쿠지뿐만 아니다. 긴카쿠지 앞 상점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긴카쿠지 바로 앞에서 슈크림빵을 파는 가게에서 동생과 슈크림빵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동행과 가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 가게가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슈크림빵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얼른 사서 먹으면서 머나먼 이곳에 추억할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긴카쿠지에서 내려와 철학자의 길에 잠깐 들렸다가 기요미즈테라로 갔다. 긴카쿠지가 조용함 속에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면 기요미즈테라는 화려함과 신기함이 가득한 공간이다. 기요미즈테라의 백미는 바로 위 사진에서 보는 바로 이곳일 게다. 교토와 관련된 사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 기요미즈테라의 본당이다.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아니, 이런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내내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단풍과 어우러진 기요미즈테라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기요미즈테라에서 나와 옛 모습을 간직한 뒷골목이라 할 수 있는 니넨자카, 산넨자카로 향했다. 일본의 전통가옥들이 그대로 늘어서 있는 이곳을 걷는다는 것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걷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교토역으로 향했다.
교토에서 먹기로 한 음식은 바로 함박스테이크였다. 가기 전 찾아본 블로그에서 맛있어 보이는 동양정 함박스테이크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중 실패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 역시도 기대가 가득했다.
생각보다 덜 기다리고 동양정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함박스테이크를 먹기 전, 토마토 샐러드가 나오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다. 그냥 보통 토마토에 소스 얹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맛있었다. 차가운 토마토의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정말 맛있어서 하나 더 시켜서 먹을 정도였다. 뒤이어 나온 호일에 싸인 함박스테이크도 정말 맛있었다. 평소 먹었던 함박스테이크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다시 아침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가면서, 간사이 스루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교토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