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목포 찍고 부안. 그리고 여행의 끝.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목포로 향했다. 별다른 계획 없이 진행된 여행이기에 먹을 곳과 잘 곳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목포로 간 이유는 목포에 아는 식당이 있어서. 그리고 해남보다는 서울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여행하며 올라가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 길을 달려 도착한 목포에서 간 곳은 민어 횟집. 여기도 예전에 한 번 먹어본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리저리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처럼 돼버렸다.
민어의 제철은 여름인 걸로 알고 있지만 제철이 아니더라도 가볼만한 식당인 것 같아 목포의 영란횟집으로 향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점심에 갔는데 점심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이번에는 저녁때 가는 거라 오래 기다리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며 식당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2명 자리는 딱 한 자리 있단다. 2명이 좋을 때가 많이 있는데 이럴 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을 해봤다.
둘이서 먹기 딱 좋은 양의 한 접시 민어회를 맛있게 먹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 맛있게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목포에 온다면 꼭 한 번 찾아서 먹어볼 만한 곳이다. 차가 있어 술을 먹지 못하고 사이다와 함께 먹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회에는 역시 소주를 함께 먹어야 제 맛인데!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잘 곳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목포에서 잘까 생각해봤지만 마땅한 데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부안이었다. 서울로 올라가기에도 적당한 거리이고, 부안이라는 곳이 익숙한 곳이었기 때문에 부안까지 가기로 했다. 밤길,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달렸고 옆에서는 열심히 잘 곳을 찾았다. 부안에 도착하기 전에 잘 찾아 우리가 원했던 채석강 근처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부안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 곰소 염전을 지나가는데 젓갈축제 같은 것을 하는 것 같았다. 조용한 해변 마을인 것 같은 곳이 시끌벅쩍했다. 무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만약 조금 일찍 왔다면 구경해봐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급하게 잡은 숙소 치고는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역시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채석강으로 향했다. 2014년 가을에 왔으니 꼭 2년 만에 다시 찾아간 곳이었다. 때마침 바닷물도 많이 빠져있는 시간이라 채석강 구석구석을 잘 볼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다들 여기저기서 채석강의 모습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채석강 구석구석 사진 찍었다. 다시 와도 정말 좋은 곳이었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 그 길은 여행을 하면 항상 느끼는 것과 같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3일 동안의 여행은 일상에서 다시 달릴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재충전이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여느 여행이랑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함께한 동행은 처음 찾아가는 곳들이었지만 나는 여기저기에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여행이었다. 멀리는 초등학생 때의 기억부터 가까이는 2년 전의 기억까지. 다양한 기억, 추억들이 저절로 소환되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함께하는 여행의 동행이 있어 좋은 그런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