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통영으로.
가족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롯이 네 명이서 같이 여행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가족여행을 떠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내가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로 가지 못했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가족여행지로 결정된 곳은 통영이다. 매년 가족 중 누구 하나는 갔던 그곳. 그렇지만 가족 다 같이 가 본 적은 없는 그곳. 통영으로 떠나게 되었다.
나 혼자만의 여행, 혹은 내가 좋아하는 동행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일찍, 꼭두새벽같이 출발하진 않는다. 아무리 빨라도 7시쯤 출발했겠지. 하지만 가족, 그중에서도 항상 급한 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꼭두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목적지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부지 5시에 출발하면 목적지에는 8시 반에 도착하는 데요?
무튼 출발은 했고, 휴게소를 거쳐 함양에 도착한 시간은 9시. 지리산 기슭을 대충 훑어보고 상림공원으로 향했다.
상림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림 즉,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곳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이기에 인공의 느낌은 찾기 어려운 곳이지만 시작은 그러하다고 한다. 자연을 느끼고,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낙엽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을이 정말로 끝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에 맞춰 한 해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끝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낙엽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당연한 이야기다. 아침 일찍 일어났기에, 그리고 아침은 시원찮았기에 배고팠다. 상림에서 나와 어탕국수를 먹으러 갔다. 산초가루를 넣은 어탕국수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얼큰하고 국물도 맛있었었다 보양식으로 먹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양에서 다시 출발해 금방 통영에 닿았다. 일찍 출발한 만큼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쉬기 시작했다. 낮잠도 자고 그래야 우리 집 가족여행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쉬고 난 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 저녁 메뉴는 통영 다찌.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아마 한상차림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해산물 가득한 한상차림과 술을 함께 주는 것이 바로 다찌다. 소라, 멍게, 전복 그리고 각종 회와 구이 등등등 하나하나 다 맛있게 먹었다. 거기에 소맥이 들어가니 캬. 여러모로 통영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이렇게 첫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2016년 11월 6일부터 11월 8일까지 경상남도 통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