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난 전주 여행기
늘 계획적으로 여행 다닐 수는 없다.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과는 달리 즉흥적으로 다니는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전주 여행은 즉흥적이었다. 출발하기 전 날, 갑자기 버스를 예매했고, 전주에 가서 어디를 갈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떠난 여행이었다. 함께하기로 한 동행과는 각각 집에서 출발해 전주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고.
전주는 처음이었다. 어려서부터 이곳저곳 많은 여행을 다녔는데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서울과 가까워, 당일치기나 1박 2일 여행 가기 좋은 곳인데도 가본 적이 없었다.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요즘 전주는 '핫'하니까.
전주에 내린 시간은 1시. 저녁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우리는 한옥마을로 가서 그 근처를 열심히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 가기로 한 곳은 떡갈비 식당이었다. 오래 기다린다고 해서 걱정하며 앞에 갔는데, 이게 웬걸 텅 비어있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문을 닫은 것이었다. 어쩐지 운이 좋더라니... 어쩔 수 없이 돌아 나와 한옥마을을 정처 없이 걸었다.
한옥마을에서는 다양한 음식들을 판다. 특히 꼬치 종류가 많다. 문어꼬치, 떡갈비 꼬치 등등. 점심 대신 군것질을 마음껏 하는 걸로 위안 삼았다. 맥주와 함께 문어꼬치, 떡갈비 꼬치, 츄러스, 인절미 아이스크림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점심을 제대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군것질이었다.
3월도 반 이상 지난날이었기에 여기저기 봄꽃이 조금조금씩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쨍쨍한 햇빛과 더해져 17년의 봄이 오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 많은 한옥마을을 지나 경기전으로 들어가니 초봄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문 안쪽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상당히 조용하고 고요했다. 넓은 경기전 뜰 한 편에 앉아 봄의 햇빛을 느껴보았다. 봄이 왔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전동성당에도 갔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 와중에도 성당 안에서는 종교행사가 한창이었다. 시끌벅쩍하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성당 건물 바깥과 조용하고도 열심히 종교행사를 진행하는 성당 건물 안쪽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다들 각자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것이리라.
오목대에 올라 한옥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주여행이 끝이 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정말 많은 곳이었다. 전주의 '핫'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아 좋았다. 사람이 조금 덜 할 때, 다시 한번 전주에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옥마을에서 하루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때는 한옥마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