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마지막날 벚꽃놀이.
3박 4일의 일정. 가능한 한 일찍 출발해, 늦게 돌아오려 했다.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에. 그래서일까 마지막날은 몸이 천근만근이다. 피로와 돌아간다는 아쉬움이 겹쳐서였겠지.
호텔 조식은 전날 별게 없다는 걸 알아서 과감히 포기하고 조금 더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느즈막히 나와 아점을 먹었다. 하카타역 근처 쇼핑몰에는 먹을게 많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바깥의 모형만 보고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간장제육볶음 비슷한 걸 먹었고, 동행은 소고기 스끼야끼 비슷한 걸 먹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일본인들만 가득한 곳에서 밥을 먹으니 조금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밥은 맛있었다. 일본 음식 특유의 짠맛이 있었지만 그래도 밥과 함께 먹으니 딱 알맞았다.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단무지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짜고 느끼할 때면 혹은 입이 심심할 때면 단무지를 찾았는데 마지막 아침이 되어서야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늘상 일식집에 가면 먹는 단무지가 여기에서는 찾기 힘든 음식이었다.
배도 부르고, 남은 시간도 조금 있어 후쿠오카 시내를 걸어보기로 했다. 나카쓰역에서부터 숙소까지 한시간 여를 천천히 걸었다. 나카쓰역과 텐진역 사이 공회당이 있는 곳 근처는 벚꽃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흐린 날씨가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만개한 벚꽃,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한 번 벚꽃의 나라 일본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오늘이 지나면 이 벚꽃도 다 지고 없을 것 같이 벚꽃비가 흐드러지게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벚꽃이 예뻐서. 벚꽃을 그냥 두고 가기 아쉬워서 그 길을 다시 한 번 돌았다.
숙소에 맡겨 두었던 짐을 찾아 하카타 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수하물을 먼저 검색하는 신기한 공항이었다. 면세점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고, 마지막 식사를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륙한 것도 잘 모를 정도로 잤다. 자고 일어나니 한국이다. 지난 3박 4일이 마치 꿈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