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긴 혼잣말

사랑의 발견

by party noodle

이제 난 사랑을 알 것 같다. 아니, 나의 언어로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웃기는 일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사랑을 정의하는 일보다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놓고.


어쩔 수 없다. 나는 종종 마음이나 생각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사람이다. 내면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상황을 손쉽게 조작해서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행동 지침에 따르자고 금방 다짐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쉽게 해 버린 다짐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도 쉽다.


고집도 상당히 세고, 외골수 같은 성향도 있다. 찜찜한 구석이 있으면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엄청난 내적갈등이 일어난다. 공부를 할 때도 그랬고,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다. 사랑을 대하는 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사랑은 나에게 무척 중요하니까.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시작한 일들은 엉키고 꼬여서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몇 번이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한다. 수없이 많은 회사를 들락날락한 것도, 대학교를 졸업한 지 십 년 만에 대학원을 가게 된 일도,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이제야 사랑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게 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사랑을 뭐라고 정의하겠냐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고 공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참신하고 적확한 표현을 찾아내려고 오랜 시간 고민한 것치고는 무척 단순하다. 그러나 어떤 개념들은 진부하고 단순한 말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고, 더 다양한 범위에 적용하고 설명할 수 있으니까.


아주 뾰족하게 사랑을 정의하려 했을 땐 설명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나 좁았다. 연인과의 사랑에만 한정된 정의였다. 본질이 담기지 않은 배타적인 정의는 엉뚱한 곳에서 저 혼자 맴돌았다. 사랑을 굳이 대상별로, 관계별로, 깊이별로 구분해서 정의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그러나 사랑을 어떤 대상을 이해하고 싶고 공감하고 싶은 것이라고 정의하니, 여러 관계에 다채롭게 적용할 수 있다. 가족, 친구, 동료를 사랑하는 것을 설명하는 물론 사람이 아닌 존재에 대한 사랑도 설명할 수 있다. 감정과 행동은 물론, 심지어 대상까지.


아 이제야 가슴속이 뻥 뚫린 듯이 개운하다.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문제를 기어코 풀어낸 것처럼. 거짓말을 살짝 보태면 거의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세상이 달리 보인다. 자유롭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사랑을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더욱 많은 존재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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