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 요가원에서

by party noodle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요가원에 다녀왔다. 자주 드나드는 역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었는데, 종종 그 건물 앞을 지나다녔지만 거기에 요가원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쾌적함을 느낄 정도로 트인 공간이었다. 신발을 벗는 현관도 널찍했다.



모임의 주최자인 선생님이 현관 앞에 서서 참여자들을 맞아 주셨다. 유난스럽지 않고 적당히 다정한 환대가 좋았다. 안녕하세요, 신발은 벗어서 여기 넣으시면 되어요. 혹시 이름이? 선생님은 키가 아주 크고 마른 몸을 지녔고, 수행자처럼 빡빡 깎은 머리에 온화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한 뒤에는 안내를 받아 탈의실에 들어갔다. 두어 명 정도 동시에 옷을 갈아입어도 서로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방이었다. 세면대가 탈의실 안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탈의실 벽면에 바짝 붙은 장 안에는 회원들의 이름이 적힌 크래프트지 쇼핑백이 가득히 꽂혀있었다.


요가원들은 이 크래프트지 쇼핑백을 사물함처럼 사용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걸까? 예전에 다녔던 요가원에서도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있다. 고작 종이 쇼핑백이 오밀조밀 모여 있을 뿐인데 삭막하지 않고 거슬리지도 않고 눈을 편안하게 해 준다. 옷을 다 갈아입고 빼곡히 채워진 장 사이로 딱 하나 비어있는 자리가 있길래, 나의 네모난 숄더백에 옷을 대충 접어 넣고 그 자리에 쏘옥 집어넣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 안쪽엔 수많은 싱잉볼이 모여 있었다. 중앙에는 요가 매트 하나가 세로로 놓여있었고, 매트 앞머리에도 크고 작은 싱잉볼이 스무 개는 족히 넘게 놓여있었다. 그렇게 많은 싱잉볼 무리는 살면서 처음 봤다. 오른쪽 벽 근처에는 징 비슷하게 생긴 악기도 있었다. 이국적인 풍경에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오오, 입모양을 숨기지 못하고 감탄하며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며 배회했다. 학생들의 자리는 중앙 매트를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맞은편에 배치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옆모습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자리에는 매트가 두 개씩 놓여있었고, 정면을 볼 수 있는 자리에는 세 개가 놓여있었다. 나는 초보나 마찬가지인 데다가, 정면에서 동작을 보지 않으면 제대로 따라 할 수 없는 관찰력을 지녔으므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수업은 세시에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사항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중에 가장 기억이 나는 것은 동작을 따라 하다가 만약 방귀를 뀌고 싶으면 참지 말고 자연스럽게 뀌라는 말이었다. 살면서 요가원을 몇 군데쯤 다녔는데, 안내 사항으로 방귀에 대해 이야기한 곳은 처음이었다. 웃음이 났다. 물론 그 말을 들었다고 해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방귀를 뿡뿡 뀌어댈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적어도 나도 모르게 방귀가 새어 나와도 덜 민망하겠다며 안심했다.


또 다른 안내 사항은 우리가 할 요가에서는 동작보다는 호흡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몸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하다 보면 숨이 멈추어지는데, 그럴 때는 동작을 덜하더라도 호흡에 집중을 하는 편이 더 좋다고 하셨다. 팔을 이만큼 뻗는 동작을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호흡이 잘 안 될 정도면, 요만큼만 뻗어도 돼요. 심지어는 그냥 드러누워서 쉬어도 돼요. 물론 그 말을 들었다고 해서 다들 동작을 따라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에고 죽겠다’하며 벌렁 드러누울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무리해서까지 해야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어 마음이 편했다.



수업은 호흡 명상과 바디 스캔 그리고 몇 가지 요가 동작을 따라 하고 휴식을 취한 뒤에 싱잉볼 명상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하나의 동작을 마치고 난 뒤에는 눈을 감고 몸에 남아있는 감각들을 바라보고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그게 무척이나 좋았다. 희한하게도 종종 머릿속에 압박감이 느껴졌고, 양팔에 저릿한 감각이 오래 머무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랜만에 온몸에 피가 도는 활동을 하니 몸이 놀랐나?


손바닥으로는 땅을 단단하게 짚고 양발 또한 바닥에 고정시킨 뒤, 엉덩이를 하늘 위로 치켜들어 몸을 삼각형으로 만드는 동작을 했을 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그 동작을 할 때 호흡이 멈춰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내 옆으로 조용히 다가와서 이 동작 대신 고양이 자세를 하는 것이 좋겠어요 라며 친절한 조언을 건넸다. 그때 나는 이만하면 잘 따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라 선생님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 어쩌면 그 순간에도 나는 (늘 그렇듯)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하면서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업이 중반부를 지나가면서 선생님은 다음 동작으로 옮겨가며 다정한 목소리로 잘했어요, 나지막이 말하곤 했다.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힘든 동작을 마치는 것보다도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를 듣는 것이 좋아서 동작 하나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기다려졌다.



요가 루틴을 마친 뒤에는 천장을 보고 드러누웠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훌쩍 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요가를 하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훌쩍 시간이 흐른 적은 처음이라 또 한 번 오, 하고 감탄했다. 이내 편안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싱잉볼 명상에 앞서 선생님은 이 명상을 하다 보면 몸이 서늘해질 수 있으니 평소에 몸이 찬 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담요를 덮어 드릴게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손을 번쩍 들었다가, 이쯤이면 보셨겠지 생각하며 스르륵 손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도 담요가 느껴지지 않아 ‘혹시 내가 손을 든 것을 못 보셨으면 어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나의 불안이 선생님을 끌어들이기라도 한 듯, 어느새 선생님은 내 곁에 담요를 들고 오셨다. 조용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끝까지 덮어드릴까요? 하고 물어보셨다. 그 말에 나는 끝까지 덮는 거면 머리 꼭대기까지 덮는 걸까? 그건 조금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도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의 생각을 빠르게 거친 뒤에 네! 하고 대답했다. 걱정과는 달리 담요는 발끝에서 쇄골까지만 덮였다. 가볍고 포근한 감촉이 안전하고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히히 웃음이 났다.


선생님은 명상을 하다가 잠이 들 수도 있어요, 잠이 오면 주무셔도 돼요라고 또 한 번 다정한 안내말을 건네셨다. 이전에 다른 곳에서 천둥 같은 악기 소리를 들으면서 명상하다가도 쿨쿨 잠들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선생님의 말에 또 한 번 안심했다. 아니, 내심 개운한 낮잠을 기대하며 명상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거의 시작과 동시에 커다란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개운한 낮잠에 들지 못했다. 단잠을 즐기는 사람의 숨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귓가에서 자그락자그락 물소리가 나는 것 같았던 신기한 악기 소리와 은은한 싱잉볼 소리를 더 듣고 싶었던 것뿐이다. 반은 깨어있고 반쯤은 졸음 속에 있는 채, 몽롱하고 아늑한 휴식을 만끽했다.


명상을 마친 뒤에는 오른팔을 위로 뻗고 데굴,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굴렸다. 팔을 밴 채로 잠시 누워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시작할 때와는 달리 머릿속이 무척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합장하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에 돌아가면서 수업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나는 수업 중에 느낀 것들을 흡족하게 말하고는 다음 주에도 오겠다고 의기양양하게 약속했다. 요가와 명상처럼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활동이 지금 나에게는 무척 필요한 것 같아서.



다시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역시나 선생님은 현관 앞에서 학생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나는 주섬주섬 신발을 갈아 신고서 오늘 한 요가와 명상이 얼마나 좋았는지 신나서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또 한 번 선생님으로부터 잘했어요 라는 말을, 이번에는 직접 듣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선생님은 잘했어요 대신 축하한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습관적으로 감사하다고 대답한 뒤에 다음 주에 또 보자고 인사를 했다.


요가원을 나오면서 문득 그게 축하할 일은 아니지 않나? 의구심을 품었다가, 어떻게 보면 축하할 만한 일이기도 한 것 같다고 금세 마음을 바꿔먹었다. 집에 가는 길 내내, 뜬금없이 들어버린 축하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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