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긴 혼잣말

퀴즈에 미친 사람

by party noodle


어릴 때부터 퀴즈 맞추는 것을 좋아했다.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라던지 도전 골든벨, 우리말 겨루기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진행자로부터 질문이 주어진 뒤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답을 툭 던져볼 때의,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라는 걸 알게 될 때의 묘한 쾌감을 즐겼다.


요즘엔 티비를 보지 않아서 이전만큼 퀴즈 풀이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퀴즈 풀이는 이어진다. 대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마음이나 생각의 이유를 맞춰보려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그런 기분을 느꼈던 건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러저러한 경험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닐까? 내가 꺼낸 가설이 정답인 것 같다고 명쾌하게 말해줘! 마음속에서 외치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퀴즈처럼 답이 명확한 것도, 하나인 것도 아닌데. 아무리 나와 생각이나 가치관이나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도 타인의 내면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히 내가 알 수 없는데. 심지어 공감이나 이해받는 일이 때로는 모욕일 수 있는데.


모호한 상태가 주는 고통이 견디기 어려워 나는 함부로 단순화하고 내 식대로 결론 내리고 싶은 걸까? 사람의 마음속이,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이 무수히 많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가 말하는 ‘평범함’과 내가 말하는 ‘이상함’이 같은 것을 의미할 수도 있을 만큼, 각자 다른 사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머리로만 안다는 게 문제인 걸까? 오전에 동료와 긴긴 통화를 마친 뒤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 내가 오만했다. 너무 이기적이었어. 습관이 무섭다. 갈 길이 너무 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