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강하게 열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취약해지고 말아, 나는. 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어. 시선과 감정이 틈 하나 없이 밀착되어 버리거든. 코 끝을 거울 표면에 바짝 붙이고 매무새를 다듬겠다고 애쓰는 사람이 되고 말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꼭 한 발짝 더 나간다, 나는. 거의 하나가 되어버린 시선과 감정에 파국적인 상상이 더해지고 말아. 한껏 왜곡된 생각은 현실이 되어버리지. 그러면 나는 얕은 생각의 연못에서 익사를 해버릴 것만 같은 지경에 이르는 거야. 살려주세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는 숨이 살짝 가쁘다 생각되는 타이밍에 ‘내가 바다가 아닌 연못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거야. 알아차린 즉시 어푸어푸, 연못을 박차고 나온다. 거울에서 한 발자국 뒤로 멀어지고, 흠뻑 연못물을 뒤집어쓴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조급함을 바라본다.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끝내 손에 얻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려. 욕심을 내려놓고 흐름에 나를 내맡겼을 때 자연스럽게 내 손에 들어와 한없는 기쁨을 주었던 것들을 헤아려. 영영 내 것이 될 줄 알았지만 결국 떠나가 버린 것들을 기억해.
하늘이 무너진 듯했던 내 세상과 구멍이 난 것 같았던 마음을 감각해. 생생했던 고통도 결국은 흐릿한 상처 자국으로 남았다는 사실을, 갈망했던 마음도 아주 많은 시간 흐른 뒤에는 끝내 흐려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되새겨.
원한다고 다 가질 수는 없어. 세상에 영원히 내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위로인지 저주인지 모를 혼잣말을 해본다. 몸에 힘을 주욱 빼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 틈에 오만하고 유아적인 전능감을 조금씩 흘려보낸다. 비워진 공간에 적당한 무력감을 슬며시 밀어 넣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