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왕

by party noodle

존재 자체가 흥미롭거나 대화가 흥미로운 사람에게는 질문이 많아진다. 특히 이유를 묻고 싶어진다. 아니, 묻게 된다. 전자의 인물에게는 주로 그가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먼저 묻고,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묻는다. 후자의 인물과는 주로 의견을 나누다가 뭔가 이해가지 않는 것이 생겨서 당신은 그것을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주 묻는 일이 많다. 사실 꼭 그렇게 그 둘에 대한 질문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혼재된다. 하지만 그 각각의 대상에게 내가 중요하게 여는 질문을 떠올리면 둘 간의 차이가 그렇게 인식된다.


존재가 되었건 대화가 되었건 나에게 흥미로움을 안겨주는 사람이 생기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이전에 잠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있다. 그의 존재가 흥미로웠는지 대화가 흥미로웠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기억나는 것은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잠시 그에게 반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나는 또 습관처럼 그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무슨 책을 좋아해요? 무슨 영화를 좋아해요? 그게 왜 좋아요? 어떤 점이 좋아요?


그는 그때마다 한참 성실히 고민했다. 그러나 그의 답을 들은 내가 명쾌한 마음으로 "아, 그래서 그걸 좋아하시는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인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답은 대체로 "글쎄요,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라거나 또는 "그러게요, 이유가 뭘까요"와 같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에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평소와는 달리 다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유를 자주 물어보셨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어요. 좋아하는 데에는 아무 이유가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나는 잠깐 벙쪘다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쵸, 그럴 수 있죠." 진심이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어쨌거나 그가 다소 굳은 얼굴로 무섭게 말해서, 적어도 그의 표정과 말이 내게는 그렇게 인식되어서 나는 어떤 이유로든 그를 화나게 한 것 같고 미움을 사버린 것 같아 무섭고 슬펐다. 그래서 그의 앞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흑역사다.


그 일은 나에게 조금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내 질문의 방식이나 질문 자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협이 되었던 걸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단지 그러한 질문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하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이유들을 통해 누군가를 더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 누군가의 이유가 나의 시선과 생각을 일깨워주는 일이 있었고, 그 덕분에 나도 그전까진 평범하게 생각해서 지나쳤던 무언가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거나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잠깐이나마 내가 그 사람과 연결된 것 같았고, 조금 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이 질문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존재로든 대화로든 나를 흥미롭게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또 물어볼 거다. 또 한 번 눈물을 찔끔 흘리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은 거침없이 물어볼 거다. 무엇을 좋아하세요? 그게 왜 좋아요? 어떤 점이 좋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요? 저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데 조금만 더 설명해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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