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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Oct 26. 2017

2000년대 악전고투 ③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조주희, 한승희

1990년대 중후반 만화계에 대변화로 인해 성인 타깃의 잡지들은 고사하고 이른바 '아동지'만 살아남습니다. 쪼그라든 시장, 그보다 더 줄어든 잡지 종류와 수, 나이 어린 독자의 취향과 요구(=판매)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 속에서 만화/잡지/시장을 더욱 경직되고, 작가들은 하고 싶은 만화와 해야 하는 만화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 피로와 자괴감을 이기지 못해 수많은 작가들이 업계를 등졌지만, 와중에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 작가도 있었습니다. 조주희, 한승희 콤비를 소개합니다.        



조주희


데뷔작| 2001년 <좋아? 좋아!>

대표작| 《키친》 《세계 유람쥐》 《독서클럽》(서윤영 그림) 《밤을 걷는 선비》(한승희 그림) 



만화가, 스토리작가, 국어선생. 대학신문에 네 컷 만화를 그리면서 이력을 시작했고, 졸업 후 인디만화집단 ‘화끈’에서 자기세계를 가다듬었다. 직업만화가가 될 것인가 인디에 머물 것인가 한창 고민하던 1999년 임용고시에 합격했으며, 몇 년 후 『윙크』신인작가공모전에서 수상하며 프로 데뷔했다. 


한동안은 일 없이 빈둥대다 ‘땜빵’으로 음식을 소재로 한 원고를 게재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세계 유람쥐》 《독서클럽》 등을 거쳐 2009년 음식과 사람과 인생에 대해 유쾌한 필치로 《키친》을 그렸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는 교원 웹진 “교육희망”에 <조선생의 땡땡이 만화>를 비정기 연재했다. 출판사 ‘창비’가 발행한 인권만화책 《어깨동무》에 <교문 안 이야기>를 싣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생활과 가사노동, 자녀양육과 창작활동을 동시 진행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다, 반짝이는 눈망울의 12등신 캐릭터가 대세인 업계에서 '그림 못 그리는 작가'로 분류되자 과감히 작화를 접고 스토리작가로 전업했다. 2007년 서윤영과 함께한 옴니버스 호러 《독서클럽》이 워밍업이었다면, 2013년 한승희와 함께 ‘카카오페이지’에 소개한 《밤을 걷는 선비》는 본격 행보였다. 


평범한 일상, 소박한 음식, 푸근한 그림, 따사로운 색감이 어울려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안긴다. 조주희는 이 작품을 올 컬러로 작업했다. 


‘조선시대 배경의 뱀파이어물’ 정도로 요약되는 《밤을 걷는 선비》는 ‘조선’과 ‘뱀파이어’로 표상되는 이질적인 것의 조합, 한승희 특유의 탐미적인 그림, 화려한 채색, ‘책쾌’라는 새로운 소재, 착실한 자료조사, 이에 근거한 탄탄한 스토리로 당장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2013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고, 2015년 이유비, 이준기 주연의 동명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조주희가 직접 각색한 소설도 같은 해 발간되었다.


2016년 ‘해태제과’ 브랜드 웹툰 《퍼스트 스위트》(도도 그림)를 작업했고, 이와 별개로 아동/학습만화 ‘쿠키런 시리즈’(서울문화사)의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2017년 현재 《밤을 걷는 선비》를 연재 중이다.  



한승희 


데뷔작| 1995년 <키키와 유쾌한 조>

대표작| 《천일야화》(전진석 글), 《비비카》 《연상연하》 《춘앵전》(전진석 글),  《밤을 걷는 선비》(조주희 글)



탐미적인 그림으로 이름난 작가. 고등학생 때 《북해의 별》에 반하고부터 만화가를 꿈꿨다. 해서 전주에 머무는 동안에는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오딘’에서 활동했고, 대학에서는 만화예술을 공부했다.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일러스트 회사에 다녔으며, 퇴사 후 만화가 데뷔에 매진하는 한편으로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ch4’에서 활동했다.  


이렇듯 각고의 노력 끝에 1995년 『댕기』신인작가공모전으로 데뷔했다. 단편 몇 편을 거쳐 이듬해 『윙크』에 《펑키》 《비비카》 등 청소년 타깃 작품을 연재하다가, 『나인』 창간과 함께 비로소 자기 색을 드러낼 장을 얻었다. 어린 남자아이를 사귀는 여성의 일상과 감정을 덤덤하게 그린 《연상연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를 기점으로 《Welcome to Rio》(『오후』에 연재하다가 잡지폐간으로 단행본 1권에서 끝났다) 《Youth2》 등 성인취향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화려한 그림과 단단한 연출에 비해 스토리가 아쉽다는 평이 늘 따라붙었다. 한승희는 이 난점을 전진석, 조주희 등 스토리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극복하고 《천일야화》 《밤을 걷는 선비》 《춘앵전》 등 빼어난 작품을 쏟아냈다. 이야기에 대한 욕망은 《데이드림》 《절대적인 몇 가지》 《그 남자의 사전》 등 로맨스소설을 집필하는 것으로 풀었다. 


한승희의 탐미적인 그림체는 조주희와 짝을 이룬 《밤을 걷는 선비》에서 빛을 발했다.


2017년 현재 ‘카카오페이지’에 《밤을 걷는 선비》를 연재하고 있다. 



2000년대 악전고투 ①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은희


2000년대 악전고투 ②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강원, 양여진


2000년대 악전고투 ④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민희, 박소희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여성/만화/작가 중심의 한국 만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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