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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Jan 09. 2017

인공지능은 '모라벡의 역설'을 전복한다

지금, 여기 와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이슈들


*최근 커제, 박정환 등 세계최정상급 바둑 고수들을 연파한 '마기스테르'와 '마스터'의 정체가 알파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알파고와 대국했던 이세돌 9단은 "실수가 없고 더 강해졌다"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요? <뉴스의 배경>이 인공지능의 미래를 진단합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인간의 사고과정이나 지적 활동을 대신하는 전기장치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가리키는 용어로,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 인지과학자 존 매카시가 처음 사용했다. 거창한 명칭과 달리 처음에는 체스 같은 보드게임에서 이용자의 대결상대가 돼 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 1970~1980년대 팩맨 같은 1인용 아케이드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이용자와 대결하는 게임 속 다양한 캐릭터로 발전했고, 오늘날에는 암환자의 CT 촬영 내용을 판독하는 지경까지 발전했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다?


인공지능은 크게 약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t)과 강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나뉜다. 일반적인 약인공지능은 주어진 조건 아래 제한적인 일만 잘한다. 알파고를 비롯해 스팸메일 필터링, 기계번역 시스템, 영상판독 시스템, 로봇청소기 등이 그 예다. 여기서 좀더 범용화되면, 지금까지 거실을 빙빙 돌며 먼지를 빨아들이기만 했던 로봇청소기가 청소에 앞서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대략 정리하는 수준에 이른다. 업계의 오랜 진리, 즉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마침내 전복되는 것이다.  


범용화된 약인공지능에서 강인공지능까지는 한 걸음이다. 강인공지능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자유의지를 지닌다. 이때 헛갈리지 말아야할 점은, 인공지능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은 스카이넷이라는 ‘프로그램’이지 새라 코너와 싸우는 T1000이 아니다(물론 T1000을 움직이는 건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컴퓨터 과학의 영역이라면, 로봇은 기계공학 및 전자공학의 영역이다.  


자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학습하는 강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로 진화를 거듭해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t)이 된다. 전문가들은 약인공지능에서 강인공지능으로 나아가는 데는 인간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강인공지능에서 초인공지능으로의 비약은 인간의 매개 없이 이루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에서, 강인공지능의 출현 시점을 2045년으로 예견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지금의 발전 속도로 미루었을 때,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강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약 5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 기간은 ‘인간’과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SF영화나 소설에만 존재했던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을 볼 날이 머지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대량실업과 불평등의 심화


강인공지능이 출현하면 세계는 어떻게 바뀔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 만큼 의견은 인구수만큼이나 분분하지만, 대략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갈린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테슬라 스페이스X CEO 엘론 머스크 등이 대표적인 비관론자들로, 강인공지능을 인류를 파멸시킬 악마쯤으로 여긴다. 강인공지능이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할 경우 인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으니, 개발을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단언할 정도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비관론자들의 공포가 너무 과장되었다고 반박한다. 나아가 강인공지능으로의 진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므로, 백안시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장 닉 보스트롬은 “윤리와 도덕 같은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정교하게 정의해서 기계에 가르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1 


낙관론자들이 정작 걱정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인류멸망이 아니라, 코앞으로 다가온 대량실업과 불평등의 심화다. 2015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전후로 시스템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사무직, 행정직 같은 화이트칼라 직업 700만 개가 사라진다. 물론 달라진 환경에 부응해 재무, 수학, 컴퓨터, 엔지니어링과 관련한 약 200만 개 직업이 새로 생기지만, 결과적으로 500만 개 직종은 없어진다. 이로써 기계를 가진 자본가들은 더 쉽게 돈을 벌고,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에 내몰리거나 영구적 실업상태에 처하면서 부의 쏠림이 가속화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시바삐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 노동자와 사회가 받을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인식과 현실의 간격은 아직 멀다. 2016년 6월 5일 스위스가 세계 최초로 보편적 기본소득 실시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77퍼센트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참고


1 권오성, ‘“2045년 기계가 인간한계 초월”…천국일까 지옥일까’, 한겨레, 201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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