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의 편지 같은 노래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by 박거행

가을밤을 닮은 노래가 있다. 라일락이 피는 봄밤도, 장대비가 내리는 여름밤도, 함박눈 쏟아지는 겨울밤도 아닌, 오직 가을밤.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를 듣다 보면 나는 늘 그런 계절을 떠 올린다.

달 밝은 밤, 님의 마음을 조심스레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한 소녀의 마음.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나요”

이 첫 소절만으로도 그 분위기에 빠져든다.

노래 전체가 마치 편지처럼 정중하게 묻고 또 묻는다. 참새처럼 수다스러우면서도 여전히 귀엽냐고, 말을 안 해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냐고, 어쩌면 이 노래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존대어로 노래하는 곡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 덕분에 듣는 내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처럼 읽히는 노랫말과 절제된 멜로디, 그리고 이선희의 맑고 곧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위로가 된다.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된 해는 1986년, 나도 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 곡은 원래 1976년 김희갑이 작사·작곡하고 김일우가 불렀던 ‘가을 나무 사이로’라는 곡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빛을 못 봤지만, 훗날 방송작가였던 양인자가 김희갑과 결혼하면서 새로운 가사를 입히게 되었고, 이선희의 목소리를 만나 빛을 보게 되었다.

또 다른 곡도 있다. 김희갑이 자기 처남에게 주었던 곡. ‘너의 사랑’은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양인자의 노랫말이 더해져 ‘사랑의 미로’로 재탄생한다. 그 노래가 최진희를 무명에서 인기가수로 올려놓았다. 양인자의 노랫말은 문학작품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스타일의 노래를 작사하였다고 평가받는다.

결국, 한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운과 시기, 그리고 사람의 인연이 중요한 것 같다. ‘알고 싶어요’도 곡은 오래전에 있었지만 올바른 시기를 기다린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를 들으면 그냥 사랑 노래만이 아니라, 조용히 묻고 기다리는 인생의 태도가 느껴진다. 확신보다는 물음으로 가득한 하루들. 그런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노래가 더 깊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나도 아직은 알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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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E2IX3s88Ds?si=8390yL8tbZkTo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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