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코로나로 뜸했던 아파트 근처산악회가 오랜만에 1박 2일 포천 나들이에 나섰다.
포천 강변에서 열린 봄꽃 페스타에 입장해 꽃을 구경하고, 더위에 지쳐 광장 천막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무대에 초청 가수가 등장해 공연을 시작했다. 남녀 듀엣이었는데, 첫 곡은 생소한 노래였고, 두 번째 곡은 느닷없이 건전가요 <어허야 둥기둥기>를 불렀다. 축제에서 이런 노래라니? 40여 년 전 들었던 익숙한 곡이었다.
<어허야 둥기둥기>는 1982년 고등학교 시절, 내가 경기도 대표로 전국합창대회에 참가했을 때 지정곡이었다. 당시 대회는 주최 측이 정한 지정곡 하나와 각 팀이 고른 자유곡 하나로 구성되어 진행하였다.
1982년 그해는 신정부 시절이었다. 사회정화위원회에서는 발매되는 앨범에 건전가요를 반드시 넣도록 했고, 자연스레 듣게 되는 곡들이 건전가요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히트한 노래가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었다.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은 전국합창대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곡이었다. KBS가 주관한 행사였고, 전국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무대였다. 장계현과 정수라가 직접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불렀고, 음악을 좋아하는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환호했다. 가락도 흥겨웠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너무나 좋았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노래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우리 팀 여주고, 서울 예일여고, 진주시립합창단 등 지역 예선 1등 팀을 특별상으로 빼놓고서, 지역 예선에서 2위를 한 어머니 합창단 위주의 시상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무대, 전국대회, 연예인들의 공연, 그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그런데 KBS 6시 뉴스에서 세종문화회관 대회 장면이 잠깐 스치듯 나왔다. 교복 입은 우리 모습이 화면에 잠깐 비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세종문화회관은 기성 가수의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 유명한 패티김, 이미자, 조용필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기 전이었다. 지휘를 맡았던 음악 선생님도 대학 졸업발표회에 서본 것이 전부라고 하셨다. 그런 선생님과 우리가 함께 선 세종문화회관 무대는 단순한 합창대회를 넘어서는 특별한 사건이었다.
그 무대는 단순한 합창대회를 넘어서는 경험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상징성, 전국 방송으로 송출된 KBS 뉴스, 국민 정서를 어루만진 듯한 가사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아! 대한민국>은 단숨에 건전가요를 넘어 국민가요가 되어갔다.
정수라는 어린 시절부터 CM송 녹음 등으로 잔뼈가 굵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발표한 두 장의 음반은 기대에 못 미쳐 힘들 때였다. 이때 정수라는 건전가요 모음집에 참여하게 되는데, 당시 유명했던 장계현이란 남자 가수와 함께 듀엣으로 김건호 작사, 김재일 작곡의 <아 대한민국>을 함께 부르게 된다. 이 곡은 그녀의 정규 2집 앨범에 수록되었고, 그렇게 정수라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본격적인 시작은 세종문화회관 전국합창대회 무대였을 것이라고 본다.
아 대한민국은 가사에서 보듯이 밝은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로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서도 초등학교 운동회나 각종 방송에서도 많이 사용되며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그렇게 들었던 <아! 대한민국>은 이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는 노래다.
지금도 그 노래가 들리면 문득 1982년의 세종문화회관 무대와 그 가을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당시엔 몰랐지만, 그 노래는 내 청춘의 한 장면이었고, 시대의 정서를 품고 있었다,
노래 한 곡이 이토록 오랜 세월을 건너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지금도 어디선가 그 노래가 들리면, 나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렇게, 나의 〈아! 대한민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