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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세아르 pasear Nov 01. 2020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쿠바 아바나에서

아바나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쿠바로 가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어딘가에서 우연히 읽었던 문구였다.

이 얼마나 뻔하면서도 가슴을 후려치는 문장인가...

순간 영화 비포 썬 라이즈의 명장면들과 가슴을 울리는 대사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에단 호크의 무심한 듯 처연하게 바라보는 시선 처리와 서로 말없이 바라볼 때 느껴지는 정막감은 숨을 멎게 만드는 킬링 모먼트 중 하나였다.     


멕시코 칸쿤에서 쿠바로 떠나기 전날 밤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쿠바는 공산품이 별로 없을뿐더러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간단한 생필품을 준비해야 했다. 

당장 필요한 샴푸와 린스, 라면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을 무렵 멀리서 가글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랑에 빠진다면 꼭 사야 할 아이템 가글!

손에 잡았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후, 마지막으로 잡았던 가글을 다시 내려놓았다. 

시간이 흐른 뒤 알았다.

그때 함께 담았어야 했던 것은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 배려해야 하는지, 그 마음을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을 했어야 하는지 그때는 너무 몰랐다.

내 잘못 때문인지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연인 건지, 알 수 없는 긴 시간이 흘렀다. 

버티기에는 힘들고, 잊기에는 짧은 시간인데...

아마도 잊는 것을 선택해 버린 거 같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쿠바로 가라’     


이 멋진 문장을 가슴에 새긴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심장이 두근 거리는 이유는 뭘까?

비록 누군가의 무엇이 되기에는 많이 서툴렀지만...

비밀스러운 둘만의 이야기와 낭만이라는 추억을 동시에 선사해준 아바나.

살면서 문득 그리울 때면, 그날 그 순간 거기에 머물고 있는 아바나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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