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그리운 게스트 하우스 호아끼네...
한눈에 봐도 구질구질하고 자세히 보면 더 구질구질하다.
언제 빨았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 이불과 출처를 알 수 없는 냄새들의 향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배낭여행자들의 핫플레이스이자 사랑방 같은 곳이다.
굳이 이곳에 머물지 않아도 거실에 모여서 여러 가지 정보를 교류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이 자유롭지 못한 쿠바에서 이곳은 인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큰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끔 늦은 밤 쿠바 럼을 마시며 밤새워 이야기를 하고, 외로운 여행자들끼리 정을 나누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호아끼네에서 내게 그동안 배운 살사 실력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살사보다는 바차타로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그의 과감한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농도 짙은 스킨십이 난무하는 바차타를 기대했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 정직한 그의 리드가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골반 밀착을 권유했다.
"누나.. 저 너무 스킨십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거절에 인한 수치심의 단계를 수치로 계산할 순 없지만, 체감상 가장 최고의 수위였던 것은 분명했다.
이 무안함과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음 동작으로 유도하면서 쿨하게 한마디 던졌다.
“누나 농담한 건데, 진짜인 줄 알았구나?”
내 말을 믿는 건지 아닌지 알 수는 없는 표정을 지었고, 결국 그의 거부로 골반 밀착은 성사되지 않았다.
가장 오래 머물러서일까?
가장 많은 추억과 그리움을 안겨준 곳...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더욱 그리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