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처음부터 쿠바가 좋았던 건 아니었다.
중남미 여행에서 가장 기대치가 높았던 아바나는 기대 이하였고, 흥미로울 게 없는 일상이 될 것이라는 푸념 섞인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쿠바 여행 첫날 아침.
어디선가 클래식 기타 선율이 들려왔다.
튜닝이 되지 않은 것을 보니 기타를 접한 지 오래되지 않은 듯했고, 짐작만큼 엉성한 연주였다.
하지만 심장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나일론 현 소리는 역시나 취향 저격이었고 어느새 연주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늘 그렇듯 감성적인 생각은 일시적으로 머무를 뿐...
이쯤 되면 비주얼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기타 소리가 들리는 방문 틈 사이로 몰래 훔쳐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라는 나를 보며 그는 여유 있게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씩 웃더니, 나의 시선을 온몸으로 의식하는 듯 보였다.
역시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성을 꼬실 때는 악기만 한 게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그의 계산된 작업에 눈인사로 답례를 했다.
늘 하드케이스에 기타를 고이 모시고 다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오스트리아 청년...
그의 치골에 한 번 파묻혀 보고 싶었지만 추잡한 상상은 꿈속에서만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