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데로
여자 셋이 모이면 오가는 대화는 뻔하다
남자 , 음담패설 , 19금...
이럴 때 귀를 정화시킬 수 있는 순간은 오직 밤에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 유일하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초기화될 것 같지만, 그것은 잠시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또다시 반복된다.
남자, 음담패설, 19금...
이런 루틴이 무한 반복하다 보면 누군가 한 명 자리를 비우게 되는데, 둘만 남겨지면 어색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대화의 주제와 깊이가 180도 달라진다.
먼저 훅 치고 들어오는 진지한 물음에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마음을 열어준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서로의 고민들을 나누며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별의 상처는 어느덧 치유가 되었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답답한 미래에 대한 플랜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다.
여행에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쿠바 여행에서 행복함이 가장 정점을 찍던 시절...
그녀들을 만난 건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고,
선물의 가치를 알아본 건 헤어진 바로 다음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