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데로
카리브해의 진주 바라데로에서 비로소 나의 배낭 여행자 룩은 완전체를 이루었다.
핫썸머 옐로 민소매와 코발트블루빛 브래지어와의 조합.
'자유로운 영혼' 연출을 위한 전매특허 머스트 아이템 총출동.
민소매 사이로 살짝 드러낸 브래지어 라인의 깔맞춤이 핫 포인트이다.
이때 화이트 브래지어는 모유 수유 중인 여성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착용을 금해야 한다.
사실 섹시 집업 시스루 비키니를 비치웨어로 착용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수줍은 감성 탓에 자제해야 했다.
누군가 내게 살면서 최고의 바다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주저 없이 바라데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해변을 접했지만, 주변의 경관이나 조경을 제외하고 순전히 바다만으로 접근했을 때 이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었다.
유럽의 지중해처럼 귀족적이지도 않고,
동남아처럼 아기자기하지도 않고,
멕시코 칸쿤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수면이 깊어질수록 달라지는 그라데이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색감이 그렇게 기가 막힐 수가 없다.
누군가는 딱히 볼 것 없는 바라데로가 지루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지루함이 주는 막연한 차분함이 좋았다.
그리고 차분한 일상이 주는 여유로움이 지금 간절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