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바나
am 8:00
부지런한 사장님은 늘 그렇듯이 아침 일찍 조식을 차려주셨다.
아쉬움을 고하는 작별 인사와 전형적인 이별 수순을 밟은 뒤 아바나행 택시를 탔다.
때마침 기타를 멘 독일 남자가 뒤늦게 합석하게 되었다.
무미건조할 뻔했던 아바나행 택시 안이 화기애애해질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역시나 장시간 무료함을 달래주는 건 이성만 한 존재가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pm 3:00
어느덧 멀리서 아바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곁눈질로 바라본 말레꼰은 그대로였으며, 겉옷이 얇아진 사람들을 보니 날씨는 전보다 따뜻해 보였다.
짐을 풀자마자 핫 샤워로 몸을 풀어준 다음 쿠바 여행 내내 끔찍하게 아껴왔던 라면에 계란을 풀어 먹었다.
고작 라면 하나에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보니, 한국을 나온 지 꽤 오래되었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pm 6:00
오랜만에 호아끼네를 갔다.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두 명 있었으며 그중 한 명은 뉴욕으로 갔고, 다른 한 명은 내 부재를 들은 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아바나를 떠난 걸까?‘
잠시 동안 추리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환경들을 끄집어내어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감이 오지 않아 답답한 것을 보니, 생각보다 많이 보고 싶었던 거 같다.
내 기다림이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pm 9:00
늦은 저녁 식사는 길거리 피자로 해결한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육덕진 동갑내기 일본 여자가 나의 룸메이트로 들어왔다.
짧은 통성명을 한 후, 그대로 눈이 감겨 버렸다.
다시 돌아온 아바나는 그대로였으며 아직도 흥미로운 게 신기했다.
쿠바 여행의 마지막 챕터로 넘어가는 시점...
칸쿤 행 왕복 항공권을 끊고 온 것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