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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세아르 pasear Nov 01. 2020

밤마다 스모키 화장으로 둔갑술 부리는 룸메이트 친구

다시 아바나

다시 돌아온 아바나의 아파트에서 며칠 동안 한방을 쓰게 된 나의 동갑내기 룸메이트를 소개해 보겠다.

그녀는 일본 교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며, 지금은 잠시 부모님께 맡기고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숨겨진 체지방과 내장지방이 꽤 많아 보였지만, 꾸미지 않은 털털한 인상이 예민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한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을 자주 왔었고, 주로 찾아가는 곳은 동대문이라고 했다.

특히 자주 오는 이유에 대한 대답은 쇼핑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는 뻔한 대답과 질문들이 오갔다.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는 20년 전 나의 일본 여행을 애써 떠올리며, 너무 좋았다는 적당히 입에 발린 말을 하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이제야 슬슬 나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외국인과 대화에서 경계심을 허무는 첫 번째 관문은 상대방의 나라에 대한 호감 표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 깊은 대화를 원하는 듯 보였지만, 둘 다 짧은 영어 실력이었기에 어느 순간 대화가 끊어졌고 다시 밤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잠깐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금속품의 파열음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잠결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눈을 떴고, 단번에 무슨 일이 있어 났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한눈에 봐도 무게감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손바닥 만한 귀걸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진한 스모키 화장에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을 마무리 짓는 그녀의 반전 모습이었다.

낮에 만난 그녀는 온대 간데없었고, 화려한 클럽 룩을 장착한 숨겨진 매력의 그녀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그녀는 나와 함께 있는 내내 밤마다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클럽을 갔다.

잠결에 맡는 진한 향수 냄새와 술 냄새로 무사히 귀가한 그녀를 확인한 뒤 다시 잠드는 버릇이 생겼다.

그녀는 알까?

내가 밤마다 그대의 안전 귀가를 걱정하며 잠들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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