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 [개요 짜기]
'나'에 대한 키워드로 글쓰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글감이 많았지요? 맞아요, 찬찬히 찾아 쓰면 책 한 권이 나올 수도 있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나를 둘러싼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세요. 매일 만나는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인물들을 생각하며 함께 한 경험을 떠올려 보는 거예요. 우연히 마주쳤던 사람에 대해서도 좋습니다. 뜻하지 않은 친절로 뭉클했거나 얼굴이 붉어질 만큼 불편했던 기억 같은 것을 말이에요.
이것 역시 글감 노트에 떠오르는 대로 써주세요. 그렇게 쓰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오늘의 글감으로 선택해 보는 거예요. 자, 키워드가 떠올랐나요? 그렇다면 '개요' 짜기를 해봅시다. 개요는 글을 쓰기 전에 전체 구조와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도 건축설계도가 있어야 하잖아요. 글도 마찬가지예요. 개요 없이 쓰다 보면 글이 본래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고, 쓰다가 쓰고 싶었던 것을 잊어버려 용두사미가 될 수 있어요. 처음만 가득 써 내려가다가 정작 신경 써야 할 본문과 끝맺음이 급하게 끝나고 말지요. 물론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개요 없이 술술 써질 수도 있답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고요. 하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개요가 요긴해요. 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주니까요.
글은 "머리, 몸, 발"로 분량을 나누어 생각해 보세요. 각각 "처음, 가운데, 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개요 없이 글을 쓰면 머리만 커다랗게 되어 불균형을 이루게 되는 거고요. 대체로 "처음(1문단), 가운데(3문단), 끝(1문단)"으로 개요를 짜두면 1,000자 정도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가운데는 3문단 이상으로 자유롭게 쓰면 되고요.
개요는 거창하게 만들지 않아도 돼요. 그러면 개요를 짜는 것부터 어려워 글쓰기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니까요. '느슨한 개요 짜기'로 키워드나 간단한 문장을 적어봅시다. 나의 글쓰기이므로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보는 거예요. 여기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게 있어요. 개요를 짜 두었다고 반드시 그대로만 쓰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렇게 억지로 하려고 하면 글 쓰는 게 싫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글을 쓸 수 없다면, 글을 쓰다가 즉석에서 개요를 수정해도 되지요.
다음은 '동생'을 키워드로 한 개요와 학생의 글입니다.
✐ [개요]
<처음>
: 어제, 놀이터, 그네
<가운데>
1. 그네에 부딪혀 엄마에게 혼남
2. 억울함... 속상함
3. 지나가던 아저씨... 짜증 남
<끝> : 그래도 동생이 좋음
[내 동생]
어제 있었던 일이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데 동생이 뛰어들었다. 나는 피할까 말까 생각하다 안 오겠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말했다.
"야!! 엄마가 살살 타라고 했잖아!! 이 개구쟁이야!! 그리고 이OO!! 나이가 몇 살인데 동생도 못 돌봐?! 어구 어구, 우리 OO이 많이 아팠지? 아구, 불쌍해라~ 아이구야!"
나는 어이가 없고 너무 속상했다. 또 너무 억울했다. 그런데 그때 한 아저씨가 와서 말했다.
"어이구야~ 불쌍하구먼, 쯧쯧쯧."
그 말까지 들으니 짜증 났다. 동생은 계속 울었다. 엄마가 집에 가자고 했다. 나는 별로 못 놀아서 아쉬웠다.
나는 동생 때문에 내가 혼나도 동생이 귀엽고 제일 좋다. 심부름시키는 언니보다 좋다. 특히 침대에서 나를 간지럽힐 때가 제일 귀엽다. 입으로 물건을 물고 올 때는 강아지 같다. 사과 머리한 동생은 예쁘다. 나는 시간이 멈춰서 동생이 계속 3살이면 좋겠다.
☺ 10살 어린이의 속상한 마음을 공감하며 읽다가 마지막 문단에서는 뭉클했던 글이네요.
소녀의 예쁘고 따뜻한 심성에 감동했던 글이랍니다.
✐ [인물 관찰 글]
주변 인물과의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오늘부터 관찰해 보세요. 요리하는 엄마나 수학 문제를 푸는 친구 같이 가족이나 친구의 모습을 말이에요. 학교에서 반 친구들을 관찰해 보아도 좋고요. 그 사람은 언제 행복 한 표정을 짓는지, 언제 속상하거나 화를 내는지 등을 관찰자가 되어 살펴보는 거예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르는 아이를 관찰해도 좋습니다. 관찰한 것들을 키워드로 적어두었다가 글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면 써 보세요.
다음은 밤늦게까지 자신을 간호해 준 엄마를 생각하며 쓴 3학년의 따뜻한 동시입니다.
[동시] 지켜줄게
끝까지 나를
지켜주는 우리 엄마
나도 지켜줄게
끝까지 지켜줄게
엄마가 아플 때는
내가 엄마
끝까지 지켜줄게
엄마처럼 지켜줄게
엄마는 나를
끝까지 지켜주니까
✐ [동물 관찰 글]
인물에 대한 관찰 글도 다 썼다면 동물을 관찰해 보세요.
다음은 곤충을 좋아하는 10살 소년의 미소를 주는 글입니다.
[소라게야, 미안해]
나는 5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집에서 책을 보다가 코카커스 장수풍뎅이를 보고 나서이다. 이유는 멋있고 등껍질이 멋져서다.
나는 곤충을 키우고 싶지만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엄마는 곤충을 무서워한다. 얼마 전에 가족과 산책을 하다가 엄마가 여치를 발견했다.
"OO아, 저기 여치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뛰어가서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나는 엄마 손에 올려놓으려 했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밀었다. 그래서 좀 관찰하다가 놔주었다. 나는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엄마가 무서워하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키운 것은 소라게이다. 동생이 유치원에서 받아서 키웠다. 등껍질은 짙은 갈색이고 몸은 빨간색이다. 내가 가장 많이 돌봤다. 먹이를 주면서 말도 했다.
"너는 여친이 없니?"
나는 소라게가 외로워 보여서 한 마리 더 넣어주고 싶었는데, 결국 1년 만에 소라게는 세종대왕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아빠랑 아파트 화단 나무 아래에 묻어줬다. 장례식을 치러 주었다. 마음이 슬펐다.
나는 코카커스 왕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다. 나중에 커서 곤충학자가 되면 코카커스 왕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다.
✐ 그 밖에도 좋아하는 [식물 관찰글]이나
'구름, 하늘, 바다' 등의 [자연 관찰글]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의 주인공인 나의 제자
'서은, 주희, 윤건'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