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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를 찾아요

_ & [통일성 있는 글]

by 유재은


[장소 에피소드]


나와 내 주변의 인물들을 글로 모두 써 보았다면,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로 시선을 확장해 보세요. 어떤 [장소]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찾아보는 거예요. 그곳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답니다. 물론 어린이들은 키워드에 대한 팁을 주어도 곧바로 "저는 그런 거 없어요!"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그럴 때면 10분은 생각해 보자고 하지요. 수업이 아니라면 구상 시간은 자유롭게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니 짧은 시간이나마 최대한 경험을 떠올릴 수 있게 돕습니다.


우선 자신이 자주 가는 장소를 키워드로 써보게 합니다. 어린이들이 그것을 나열해 쓰는 동안 예시글 한 편을 읽어주거나 다른 아이들의 경험을 들려주면 대부분은 글쓰기 키워드를 찾습니다. 그것을 곧바로 개요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그게 힘든 어린이라면 어떤 경험이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에는 그것을 어떻게 [개요]로 만들지 같이 의논해 쓰고요. 그렇게 글쓰기의 방향이 잡히고 나면 쓰는 것은 오히려 속도가 붙지요.


그런데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나눠도 키워드를 찾지 못한다면,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써보게 합니다.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하면 그런 하루를 글로 담게 하고,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그것을 써보라고 해요. 쓰다 보면 생각보다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쓴 자신의 글을 읽으며 뿌듯해하는 어린이를 보면 함께 미소 짓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찾은 [장소] 키워드를 소개합니다.

학교, 학원, 집, 동네, 거리, 놀이터, 편의점, 문구점, 야구장, 축구장, 노래방, 도서관, 박물관, 수영장, 식당, 병원, 공원, 놀이공원, 캠핑장, 여행지


그곳에서 일어난 일 중 1개 또는 적절한 2개를 골라서 구체적으로 써보세요. 왜 그곳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그곳이 나에게 주는 의미 등을 말이에요. 장소 에피소드에는 놀이터도 등장하는데, 요즘 중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은 놀이터보다 노래방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하네요. 그중 한 어린이의 글을 소개합니다.


[놀이터보다 즐거운 곳]

어릴 때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점점 더 놀이터 말고 노래방 가는 것이 즐거워졌다. 3학년 때까지는 놀이터가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가도 할 게 없어서 싫어졌다.
노래방에 가면 보통 1시간을 노래하는데 친구와 함께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다. 얼마 전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을 때는 OO이가 '골든'을 부르며 입이 공처럼 커지는 것이 웃겼다. 우리는 노래방에 가면 큰 소리로 같이 노래를 부르고 탬버린을 갖고 박자에 맞춰 친다. 그럴 때면 기분이 좋아 노래방에서 살고 싶을 정도이다. 1시간이 30분처럼 느껴진다.
나는 노래방에 가면 '골든', '시작의 아이', '소다팝' 같은 다양한 노래를 부른다. 100점도 많이 나왔다. 그럴 때면 커다란 젤리 위를 빵빵 뛰는 것 같다.
어제도 가족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
"OO아, 소다팝 춤춰 봐."
내가 춤을 과하게 추자 가족들이 엄청 웃었다. 그래서 뿌듯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노래방에 가는데 앞으로도 많이 가고 싶다.


다음은 국회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의 꿈과 연결해서 쓴 글입니다.


[뜨거운 반응]

나는 춤을 춤 때 재미있다. 하지만 그날 옷 때문에 춤이 잘 안 춰지면 기분이 안 좋다. 엄마가 나중에 학교에 가면 댄스방과후에 보내준다고 할 만큼, 나는 3, 4살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다.
나의 꿈은 아이돌인데 9살 때부터 그 꿈을 갖게 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안유진이다. 왜냐하면 예능도 잘하고 춤과 노래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내가 춤춘 영상이 TV에 나온 적도 있다. 친구들과 국회박물관에 갔을 때 우연히 박성웅이라는 배우를 만났다.
"말을 잘하네요. 미래의 꿈이 뭐예요?"
"아이돌이 꿈입니다."
"아이돌이 꿈이니까 춤 한 번만."
나는 처음에 당황했다. 그래서 처음엔 어떤 노래를 할지 여쭤봤다. 근데 아무거나 하라고 하셔서 피프티피프티의 푸키를 췄다. 그러자 친구들은 눈을 가리며 웃었고 주변 사람들은 "오!" 하고 감탄했다. 약간 부끄럽긴 했지만 난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뭔가 기분이 미묘했다.
엄마, 아빠는 나중에 영상으로 보셨는데 기쁘고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리고 나의 인터뷰 영상에 가족들이 엄청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추석에 가면 아마 엄청 춤을 춰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용돈을 많이 벌 거다.



[통일성 있는 글쓰기]


1.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 문장이 서로 연결되도록 써 주세요.

글쓰기 초보자는 글의 분량이 너무 짧거나 아주 긴 편입니다. 우선 글을 길게 쓰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서로 관련 없는 여러 키워드로 한 문장씩 나열하곤 하지요. 그렇게 하면 각 문장은 서로 연결이 되지 않고 산만한 글이 됩니다.


"영어 학원이 싫다. 과학 학원은 더 싫다. 학원에서 제일 싫은 애가 나만 보면 꼬마라고 놀린다. 나는 얼굴이 하얀 아이들이 부럽다. 그래도 우유는 먹기 싫다. 영어 학원 선생님은 좋다. 학교 영어 선생님은 너무 재미없게 가르치신다. 나는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런데 단원 평가를 못 봐서 엄마에게 혼났다. 학원을 빠지고 장례식장에 갔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쓰고 더 이상 쓸 게 없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개요 없이 무작정 쓰다 보니 '영어학원, 싫어하는 아이, 작은 키, 흰 얼굴과 우유, 영어선생님, 장래희망, 단원평가, 장례식장'과 같이 너무 많은 키워드를 툭툭 뱉어내듯 썼네요. 이렇게 하다 보면 글쓰기는 재미없어집니다. 써야 하는 분량에 맞춰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열하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한 편의 글은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과 문단 간에 서로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하지요. 중심 내용과 글의 주제가 어우러지는 글을 써야 합니다. 다음은 위의 글 키워드 중 하나를 골라서 구체적으로 쓴 글입니다. 두 글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시는 가지 않게]

새벽 6시 40분경 삼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왕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아, 울지 않기로 했는데 울어버렸다. 나는 영어학원도 빠지고 장례식장에 갔다. 장례식장에 가니 왕할머니의 사진은 검정 띠로 둘러져 있었다. 저녁에는 육개장을 먹었는데, 울면서 먹었다. 그래서인지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외할머니께서는 울지 않으셨지만 밥을 드시지 못했다. 외할머니께서는 정말 슬퍼 보이고 눈물을 참으시는 것 같았다. 모두들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니 더욱더 왕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실감이 났다.
가만히 앉아서 둘러보니 사촌언니의 친구들은 장례식장에 와서 이야기만 하다가 가고, 아저씨들은 술만 많이 드시고 절만하고 가셨다. 그럴 거면 사람들은 왜 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솔직히 사촌 동생들은 옆에 있는 방에서 게임만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는데 말이다.
지금도 왕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정말로 나는 가서 펑펑 울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울지 않게 외할머니가 안 돌아가시면 좋겠다. 장례식장도 다시는 가지 않게.


2. 키워드와 주제를 분명하게 정해 주세요.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해 보아요. 자신이 쓰는 글을 통해 읽는 이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가 말이에요.

이것 역시 [개요 짜기]에 써 주세요. 그러면 글의 나아갈 방향이 보이고, 주제와 관계없는 내용으로 통일성을 해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글의 구성 방법

[중심 문장 혹은 말하고자 하는 문장 쓰기 + 뒷받침 문장으로 구체적인 설명 보충해 쓰기]

-> 쓰다가 다른 배경지식(관련 책, 기사 등)이나 경험이 떠오르면 엮어 써 주는 것도 좋아요.


4. 문단 나누기

문단은 '긴 글을 내용에 따라 나눌 때, 하나하나의 짧은 이야기 토막'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닙니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내용이 바뀔 때 문단을 나눠 주세요. 예를 들어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 [외모, 성격, 장점, 단점, 좋아하는 것, 친한 친구] 등과 같이 다른 내용이 시작되면 문단을 나눠 주는 거예요. 적절한 문단 나누기가 없는 글은 읽는 이에게 눈에 피로감을 주고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줍니다.


5. 고쳐쓰기 : [불필요한 반복이나 접속어, 글의 논리적 연결, 주제에서 벗어난 문장, 서술어 통일해 주기]

어린이를 비롯해 글쓰기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단어 반복의미 중복입니다. 같은 단어를 연달아 여러 번 쓰거나, 주어와 서술어의 순서만 바꾼 같은 의미의 문장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또한 높임말과 예사말을 섞어 쓰는 실수도 종종 있는데 서술어를 통일해 주세요.


통일성이 없는 글은 읽는 사람이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는 지 알 수 없게 하거나 글쓴이의 의도를 오해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글의 논리적 연결주제에서 벗어난 문장이 있는지 여러 번 살펴보며 고쳐쓰기해 주세요. 글을 소리내어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멈추게 된다면, 바로 그곳이 고쳐 써야 할 부분이랍니다.





다음 화에서는 [긴 문장 줄여 쓰기 TIP]으로 함께 문장 줄이기를 해봅시다!




이 글의 주인공인 나의 제자 '아민, 희명, 수민'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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