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지금의 떠남의 차이
안녕하세요. 여행자 여러분 여미나입니다.
전편에서 우리는 "여행"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관광(觀光), 투어(Tour), 트레블(Travel), 여행(旅行), 트립(Trip)이라는 다섯 단어의 시작된 유래와 본래의 뜻을 알아보았습니다.
여행: 군대의 병사들이 길을 떠나는 것에서 유래 "전쟁, 전투를 하는 것"
관광: 자국이 아닌 타 국가로 가는 행위로 국가 의전시 "문물을 관찰"하는 것
투어: 내가 있는 장소를 떠나 "갔다가 돌아오는 것"
트립: 동물 무리 어떤 집단이 발을 구르는 것으로부터 유래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것"
트레블: 거주하는 집 밖으로 나가서 농업, 목축업, 상업 등의 "노동을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여행과 관련된 모든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단어가 "떠난다는 공통적인 행동"을 가지고 만들어진 단어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죠.
관광(觀光), 투어(Tour), 트레블(Travel), 여행(旅行), 트립(Trip)
= 모든 의미는 "떠나다"
그 말은 우리가 여행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떠나다"는 단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여행의 파편이 아니라 떠남의 파편을 모으는 글이 되겠네요.
이번 글에서는 떠남은 무엇인가?, 왜 떠나는가? 를 알아보면서 두 번째 파편을 모아 보겠습니다.
떠나다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사람, 동물 혹은 무생물에 속하더라도 그 의미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이죠.
그런 의미로 우리는 다시 한번 언어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는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한다라고 써져 있네요. 그러니까 이 말을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언어보다는 항상 우리가 하던 행동들이 먼저였고 그 행동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언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어(言語)「명사」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언어가 제스처에서 기원했는가 아니면 음성에서 기원했는가, 혹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제스처와 음성의 조합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영원히 시간의 안갯속에 묻혀 알지 못할 것이다. (중략)
언어는 그 순간의 필요가 이룬 서툴고 무질서한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번 새로운 의사소통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이 임시방편들은 이전의 도전들을 해결했을 때 사용한 방식에 의해 형성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해결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책 진화하는 언어 모텐 H. 크리스티안센, 닉 채터)
항상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단어보다 시작이 되는 어떤 행동 방식이 먼저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어는 만들어집니다. 앞서 본 단어들의 공통의 뜻은 "떠나다"였습니다. 그럼 당연히 인류의 누군가는 떠났을 겁니다.
지금부터는 떠난다라는 단어뜻을 알기 위해서 떠난다는 행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봐야겠네요.
여행, 아니 떠나는 이유를 찾아서
사람은 왜 떠날까?
인간은 수렵채집생활을 거쳐 농경사회의 순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면 수렵 채집 사회는 농경사회와 달리 생존을 위해서 장소들을 여러 번 옮겨 다니며 식량을 얻는 사회이죠.
그러니까 기록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가장 최초의 떠난다라는 행동은 생존을 위해 식량, 원재료 등을 얻는 과정이었을 거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 해당하겠네요.
그러므로 떠난다는 것은 계산된 움직임이 아니라 마치 철새가 환경에 따라 떠나는 것처럼 또는 연어가 다시 돌아올지라도 더 커지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가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존을 위해, 혹은 지리 환경적으로 더 살기 더 나은 곳을 찾기 위한 인간의 떠난다는 행동이 사람들이 얼마나 멀리 떠나게 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잘 아시는 책인 총, 균, 쇠의 글을 살펴보죠.
세계 각지의 나머지 섬들에도 사람이 이주하게 된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였다.
지중해의 크레타, 키프로스, 코르시카, 사르데냐 등의 섬들은 B.C 8500~4000년이었고, 카리브해의 섬들은 B.C 4000년 경부터, 폴리네시아와 미크로네시아의 섬들은 B.C 1200~1000 마다가스카르 섬은 AD 300~800 년의 어느 시기, 그리고 아이슬란드는 AD 9 세기였다. 아마도 현대 이누이트족의 선조였을 아메라카 원주민들은 B.C 2000년경 북극지방 최북단까지 두루 퍼졌다.
그리하여 마지막 700년에 걸쳐 유럽의 탐험가들을 기다리고 있던, 유일하게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아조레스제도와 세이셸 제도처럼 대서양과 인도양에도 가장 후미진 곳에 있는 섬들과 남극대륙뿐이었다. <총, 균, 쇠>
이 글을 보면 인류는 지금의 여행은 아니지만, 이미 예전에 지구에서 “떠나서” 안 가본 곳이 몇 없고 그 몇 남지 않은 미지의 장소마저 인류가 “떠나는 기술이” 당시에 부족해 갈 수 없었던 것을 잘 보여줍니다.
처음의 떠남은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는 항상 떠남을 자아성찰 도는 자아탐구, 새로운 체험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곤 합니다. 오류가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Maslow의 욕구 단계이론을 보면 이러한 의미들은 항상 상단에 위치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보면 떠남은 인간의 기본 욕구라고 불리는 먹고, 자고, 싸는 것이 충족돼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떠남은 부족한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 혹은 수단에 가까웠죠.
아마도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설명하는 책이 스펜서 존슨(Patrick Spencer Johnson) 작가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아시는 이 책은 소유한 치즈를 보며 머물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변화에 대처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이렇죠.
"변화에 빨리 대처할수록 더 행복해진다"(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즉 떠남은 어쩌면 삶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긴 세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유리한 행동이 떠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적은 수렵채집 시대 이래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일부 존재한다. 그 시대에 생존하려면 누구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녀야 했다. <사피엔스>
목적이 없는 떠남이란 가능한가?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떠남이 생존을 위한 식량, 원재료를 찾는 방법이자 변화에 대처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면, 즉 이토록 자연스럽고 유용하다면 필요할 때마다 그냥 떠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우리가 꼭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떠남은 많던 적던, 보이는 것이던 보이지 않는 것이던 돈과 체력, 시간, 주의력처럼 여러분의 수 없이 많은 유 무형의 자원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특히나 지금처럼 목적이 없는 떠남을 한다는 것은 과거엔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예전과 지금 떠남의 차이를 찾아서
지금도 누군가는 여행 또는 떠남을 들으면 부정적으로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바로 떠남과 여행이란 내가 가진 유 무형을 자원을 소비하는 것은 큰데 비해서 내가 무엇을 얻게 될지는 모르는 어찌 보면 목적이 없는 여행이기 때문이겠죠.
이러한 소비적 떠남의 문화는 힘들고 분일수록 또 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일수록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분들에게 “여행이 여행을 부른다, 또는 떠나기 위해 떠난다 라는 이야기”는 나는 자원을 소모하는 사람이다라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소비의 삶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렇기에 저는 우리의 떠남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여행으로 시작된 의문을 가지고 "떠남"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떠남이라는 단어가 가진 "옮기다는 원래 의미", 그리고 "왜 떠나는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찾아낸 "떠남은 변화를 위한 대처"라는 의미까지 살펴보았죠.
하지만 그 의문을 생각하다 보니 왜 우리가 찾아본 떠남의 뜻과 지금 우리가 떠남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의미가 이렇게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네요. 그러니까 이런 질문이 되겠네요.
떠남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만일 떠남을 예전처럼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 더 많은 자원을 찾던 때처럼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목적이 분명했던 것으로 추구하였다면 지금의 다양한 방식의 여행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예전의 떠남의 목적을 그대로 유지한 떠남의 방법을 전달해 왔다면 지금처럼 목적이 없는 방황하는 듯한 여행 또한 존재하지 않았겠죠.
여행의 파편 두 번째를 모은 날입니다. 조각을 모았지만 우리가 좋은 여행 좋은 떠남을 할 수 있기 위한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아직 많네요. 우리가 각자만의 여행, 떠남을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여행을 직접 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역사 속 사람들이 생각했던 여행의 다양한 이유 혹은 목적을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의 떠난다는 행동을 소비로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여러분만의 여행을 하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게 말이죠. 여행과 떠남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정보들만 있다면야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아무도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데 여행이나 다닌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죠.
여행과 떠남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매일매일 식량을 찾는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개별 식물의 성장 패턴과 개별 동물의 습성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어떤 식품이 영양가가 많고 어느 것을 먹으면 탈이 나고 어떤 것이 치료제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사피엔스는 식량과 원재료만 찾아다니지 않았다. 지식도 찾아다녔다.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영토에 대한 상세한 마음속 지도가 필요했다. <사피엔스>
이어지는 여행, 떠남의 퍼즐들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히 역사 속에서 누군가는 이 떠남을 삶의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하였을 거고, 지금의 우리는 그들이 이미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중에서,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여행에 필요한 점(조각)만 가져오면 되거든요.
다음에는 생존을 위해서 떠나는 시기의 끝인 사람들이 정착을 하게 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왜 또다시 정착한 후에 떠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의 지금 여행처럼 사람은 왜 정착한 장소에서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지를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여미나-
참고
언어놀이(독일어: Sprachspiel, 영어: language-game)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제안한 철학적 개념이다. 이것은 언어 사용의 단순한 실례들과 언어들이 짜인 활동을 언급한 것이다(referring to simple examples of language use and the actions into which the language is woven).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마치 놀이처럼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구성되어 사용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이 개념을 창안하였다. (위키백과)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영어: Maslow's hierarchy of needs)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위계를 갖는다는 심리학적 관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사이코로지컬 리뷰》에 1943년 게재한 〈인간 동기에 대한 이론〉에서 처음으로 욕구의 위계를 주장하였고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에 동조하여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은 종종 발달심리학의 다른 이론들과 병행하여 다루어진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선척적 본능에서부터 개인의 사회적 발달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욕구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욕구들이 위계를 지니며 어떤 욕구는 다른 욕구에 비해 훨씬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