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생각 (2024.08.14)

by 파솔

미국온지 만 15년이 되었다.


대학원에 간다고 와서 학교를 다니고, 남자를 만나고, 학교를 옮기고, 결혼을 하고, 또 이리 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고..

그런데 아직도 꿈을 꾼다.


어딘지 모르는 그 곳에서 나는 영어를 하기도, 한국어를 하기도,

그리고 생각을 한다. 버스를 탈까, 기차를 탈까,

이 버스를 타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소가 어디지, 거기서 집까지는 또 어떻게 가지.

엄마 아빠가 사는 우리 집은 의정부에 있는데..


근데 꿈 속의 나는 아빠가 올해 돌아가신 걸 아직 모른다.


그런 나는 알 수도 없는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분주한 시내이기도 하다가, 언젠가 갔었던 언덕 위 성당 뒤쪽의 어느 좁은 골목길이기도 했다가

꽃이 핀 곳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피해서 길을 건너서 정류소에서 줄을 서기도 하는데


항상 생각한다, 여기서 집은 어떻게 가지,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데.

버스를 타고서도, 어디에서 내려야 집에 가장 가깝게 가지, 계속 생각한다. 저 노선도는 뭔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지..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지만, 아이는 없고 우리는 아직 집이 없다.

아이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직장 따라서 렌트로 살겠지. 고양이는 이해해 줄 거야.

그러다 나이가 들면 나에게도 치매가 올까?

남편은 미국에 가족이 있지만 난 어떻게 하지..


그때가 되면 아마 난 갑자기 길로 나서서 아무 버스나 타고서는

왜 이 버스는 엄마아빠 집에 가지 않는 건지 혼돈스러워 할까

그리고 사람들에게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가늠할 수 없는 그 어떤 말로 도움을 청하겠지.


오늘도 더운 낮 낮잠 속, 또 서울시내 어디선가 헤매다

이번엔 왠일로 집에 도착도 하기 전에 밖에서 엄마를 만났지만

여전히 집에는 못 찾아 가고,

땀에 젖어서 깨어났다.


이제는 깨어서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나는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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