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한테 눌려서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농담같은 일이다. 그냥 주변에 사람이 많단 이유로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들은 또 그냥 항상 밀리고 밀리는 인파 속에서 살기 때문에 너무 익숙해서 안 믿기는 그런 종류의 상황이기도 하다.
일단 하나의 기억은 한 십몇년 전 교대역 근처 직장(말 그대로 교대가 직장이었다)으로 출퇴근 할 때다. 지하철 러시아워에 익숙했던 나도 정말 너무 놀랐던 순간이었다. 지하철 차량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을 쉴 때 가슴이 부풀 공간이 없을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했었다. 숨 쉴 때 가슴이 앞으로 조금 밀려 나오는 거, 그게 뭐 얼마나 되냐 싶은데, 그 작은 공간이 조금도 없을 정도로 빽빽한 그런 밀도였다. 그런데 그 때도 나는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못 했다. 다행히 지하철은 한 3분마다는 인간의 흐름이 순환되니까.
또 하나는,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초등학교(라 쓰고 국민학교라 기억하는) 때 극기훈련이라는, 도대체 무엇에 쓸모가 있는지 모르는 그런 행사가 있었다. 가서 몇 밤 자고 오면서 쓰레기 같은 밥을 먹고 낮에는 어린 아이들을 해병대 훈련이라도 시키는 듯 뺑뺑이 돌려 드잡이 하고 밤에는 괜히 촛불 켜서 애들 눈물 바람 만드는. 여튼 그런 거에서 훈련이랍시고 하던 것 중에 각 반별로 모아 놓고 제일 빨리 제일 작은 인간산을 만들어라 그런 게 있었는데, 나는 어쩌다 그때 그 내달릴 준비가 된 아이들의 맨 앞에 있었는지, 제일 가운뎃자리로 본의 아니게 밀려 들어서 모두의 아래에 깔려 버렸었다. 그 때 정말 너무 놀라서, 교관이 호각을 불고 흩어져! 함과 동시에 애들이 다 흩어져 버렸는데도, 나는 한참을 그 가운데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교관도, 담임도, 내 친구들도 (사과는 커녕) 아무도 나를 달래거나 챙기지 않았고, 나는 한참 울다가 슬그머니 다른 활동을 하던 친구들의 꽁무니 쪽으로 쫓아갔다가 나머지 활동에서는 열외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 그 긴 시간 동안 그 사건에 대해서 떠올릴 때 마다, 나에게 든 생각은 그저 '너무 창피했다' 수준이었는데, 이제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보니 왜 어느 어른도 나에게 와서 아이가 괜찮은지 체크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그 때 왜 나를 그냥 뒀냐고 교관과 담임에게 따지지 않았을까, 왜 나는 돌아와서 부모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말하지 않았을까, 왜 그때 그 아이들은 그냥 그렇게 대우받는 것에 대해 문제를 느끼지 못했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도대체 만 열살, 열한살도 안 된 애들을 산속 벌레 나오는 막사 같은 데다 데려다 놓고 씹히지도 않는 생선 튀김, 주먹만하게 썰어진 감자나 당근 따위가 든 카레, 이런 걸 먹이면서 훈련 같은 걸 시켜야 할 이유는 뭐였고, 아무도 안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도 않아도 되는, 이런 정신 머리는 도대체 어떤 교육관의 소산이고,
왜 그런 망령같은 생명 경시는 아직도 살아 남아서 정치한다는 것들 대가리에 살아 남아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 때 조금만 어떤 한 요인이 잘못 작용했어도 나는 지금 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불현듯 들었다.
압사라는 거, 직전까지 가 보고도 찰나의 차이로 꼴깍할 수 있는 순간, 그 다음이 죽음인 거는 그 순간으로 넘어가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그런 순간이었다는 거,
제 입으로 어어어, 어어, 하다가 어느 순간 저세상 사람이 되는 거. 농담같이.
갑자기 그 어린 시절의 이상한 경험이 전혀 다른 각도로 다가오면서 종잡을 수 없이 어려운 PTSD를 겪고 있다. 그래서 더 화가 나고 더 무기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