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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Feb 28. 2019

동백

동백&일기&일상

꽃은 겨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계절에 핀다. 봄에는 개나리, 여름에는 장미 가을에는 코스모스. 각 계절에 피는 꽃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선 식물 관찰 교재로 연인에게 사랑을 담아서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가을엔 둑길 옆에서 분위기 잡을 수 있기도 하


그런데 겨울에도 피는 꽃이 있다. 그 꽃은 동백이다. 동백은 다른 꽃과 나무가 봄과 여름을 기다리는 11월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봄이 다가오는 2월 3월경에 꽃이 만발한다. 동백은 다른 꽃들과 다른 점이 몇 개 더 있다. 먼저 동백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 꽃 자체가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동백꽃은 두 번 핀다고 한다. 나무에서 꽃이 한번 피고 새하얀 눈에 떨어지면서 두 번째로 핀다고 마지막으로 동백꽃은 꽃이 피기 위한 수정 작업에 새의 도움을 받는다. 흔히 수정을 위해선 벌과 나비가 필요하지만 겨울에는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벌과 나비 대신 새에게 수정을 부탁한다.


동백은 다른 꽃들이 만발하는 봄 여름 가을에는 그저 나무에 이파리만 달렸다. 그래서인지 다른 계절에 보면 밋밋해 보인다. 겨울이 되면 봄 여름 가을 모아두었던 에너지를 써서 꽃을 핀다. 다들 추워서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가지에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을 때 누구보다 우아하고 눈에 띄는 빨간색 꽃을 피운다. 그리고 누군가가 보고 예쁘다 미소 지을 수 있게 곱게 떨어진다.


나는 겨울에 꽃이 피는 사람이다. 누구나 가지고 싶은 친화력이나 주도력 넘치는 인싸기보다는 조용하게 편안하게 내가 하고 싶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가끔씩 책을 읽다가 나도 봄과 여름과 가을에 꽃을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 계절에 꽃이 피면  사람들도 많이보고 벌과 나비가 수정을 도와줄 텐데. 모든 식물이면 심지어 대나무도 죽기 전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나는 식물인데 꽃을 피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동백꽃의 수정을 도와주는 동박새처럼 내게도 동박새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어쩌면 동백꽃은 겨울에 꽃을 피우기 위해 다른 나무가  꽃을 피우는 동안 견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남들이 따뜻한 봄 여름 가을을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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