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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23. 2019

3월 22일 일기

3월 22일


정신과 의원을 다녀오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학교로오니 11시 30분이었다. 아침도 안 먹고 나와 조금 든든하게 먹고 싶어서 교직원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갔다. 대학교 생활 꿀팁인데 교직원 식당은 같은 가격 대비 일반 학생식당보다 밥과 반찬이 더 잘 나온다. 교수님 글 강의하는데 힘내시라고 그러는 건지 다만 가끔씩 시간 잘못 맞추면 수업 듣는 교수님과 마주칠 수 있는 서로 난감한 상황이 생긴다.


그런 난감한 상황이 생기지 않아 기분 좋게 밥 먹고 있었는데 1년 전에 들었던 교양과목인 커리어 설계 교수님과 마주쳤다. 1년 전 이맘때 나는 고민이 많았다. 전역을 하고 자취방 들어갈 목돈이 없고 고시원을 가기는 싫어서 주 3일 3시간 기차 1시간 자전거 통학, 주말 알바, 3학년인데 2점 중반 학점, 지인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었고 집안 분위기도 땅 계약 때문에 안정되어있지 않았다.


 커리어 설계에서 자신의 고민이나 불만 적는 칸에 유튜브 영상 보면서 삭제되거나 차단된 영상이 나와서 신경 쓰일 때가 있다까지 적어놨으니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수님과 1년 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교수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몇 년간 이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 고민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모든 고민을 아틀란티스처럼 짊어지고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고민을 어느 정도 내려두어서 표정이나 행동이 밝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자존감이라는 게 자기를 중요시 여기는 마음이잖아요. 그걸 객관화한 수치로 표현할 수 없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까요. 거기서 다른 사람은 자존감이 높고 즐거워 보이는데 나는 왜  낮고 이렇게 힘들어 보일까 비교하고 자책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나 사랑하기 자존감 수업 책을 읽었지만 자존감이 높아지지는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 자존감을 잡고 있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그 시간에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자존감은 그냥 낮은 상태로 체념 했어요 라고 답변 두렸다.


자존감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거라고 사람은 결핍된 부분을 채우고 싶어 하는데 그 욕구가 사라진 걸 보니 자존감이 많이 복구됐다고. 자존감을 채우는 방법에는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이 있는데 양적으로 천천히 채우는 방법과 질적으로 한 번에 채우는 방법이 있다고 질적으로 한 번에 채웠다고


사실 고민을 덜하긴 했지만 자존감이 타인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큰 위로였다. 누군가에게 그동안 내가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게 내가 열심히 살아왔구나. 드디어 과거가 아니고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사는구나.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기면서 때론 힘들지만 현재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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