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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Feb 23. 2019

욕망의 순도[크리드 2를 보고]

크리드 2&록키&영화


금은방에 가면 14k 커플링 18k 목걸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볼 수 있다. 금 뒤에 붙어있는 k는 순도를 의미하며 캐럿[karat 또는 카라트(carat)]이라는 단위로 표시한다. 그리하여 금의 순도는 24캐럿을 백분율(%)에서 순금 함유량 100%로 하여 순금(純金), 24금 또는 24K(=K24)로 표시한다. 금의 순도를 K로 표시한다면 나의 욕망은 몇 K 일까?


크리드 2는 욕망의 순도를 다룬다. 크게 3개의 복싱 장면으로 영화의 분위기와 주제가 변화한다. 먼저 첫 번째 권투 장면에서 아도니스 크리드는 세계 복싱 챔피언이 된다. 그는 세계챔피언이 내가 되고 싶다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록키에게 외친다.


챔피언이 되자마자 크리드는 빅터 드라고의 도전을 받는다. 빅터 드라고는 아도니스 크리드의 아빠를 죽음으로 이끈 이반 드라고의 아들이다. 크리드는 이 방어전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록키 크리드 엄마 와이프 심지어 코치까지 "너무 위험해" 시합을 말린다. 다만 크리드가 자기가 원해서 하는 시합이 아닌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해 권투 역사에 길이 남기 위해라는 걸 은근슬쩍 드러낸다.


두 번째 권투 장면은 크리드와 빅터의 대결이다. 여기서 크리드는 탈탈 털린다. 3라운드 만에 ko패 당한다. 다만 드라고가 쓰러지는 크리드에게 어퍼컷을 날려 몰수패당한다. 크리드는 챔피언 자리를 지켰지만 그에게 남은 건 3급 뇌진탕 피떡 된 얼굴 부러진 갈비뼈가 남았다. 걱정돼 찾아온 록키에게 크리드는 재활훈련 도와주러 왔냐고 퉁명스럽게 대한다. 다만 크리드가 방황하며 목적 없이 그저 재활훈련받는 걸 보고 아내와 엄마가 록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시 만난 록키가 본인도 손주가 태어난 날 안 갔다며 자신의 흠을 드러낸다. 크리드 역시 아빠처럼 드라고와 시합 도중 세상을 떠날까 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말한다. 다른 방법으로 훈련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드는 드라고와 경기에서 승리한다.


영화에선 "너의 욕망을 얼마나 순수하니?" 끝없이 물어본다. 물론 태어난 이상 자신 욕망만 충족시키며 살 수 없다. 돈가스 먹고 집에 불 넣으려면 치사하고 더럽더라도 타인의 욕망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


그러나 타인의 욕망을 계속 신경 쓰다 보면 자기 자신의 욕망에 타인의 욕망이 덭여쓰인다. 크리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싶다는 욕망이 주입된다. 드라고 역시 아빠가 록키와 시합에서 지고 집을 나간 엄마를 다시 찾기 위해 러시아 복싱 시대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한 욕망이 주입된다. 주입된 욕망은 본인 몸에 맞지 않으며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본인은 삶의 의미가 사라진다. 크리드가 2차전에서 지고 무기력한 삶에 빠졌고 3차전에서 드라고가 ko 당하자 경기장을 떠난 드라고 엄마를 보며 기권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욕망은 얼마나 순수할까 몇 k 정도 될까 생각해봤다. 아마 내 욕망은 3~4K 정도 된다.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한건 몇 개 되지 않는다. 대학 가야 된다는 엄마의 말에 따라 대학을 선택했고 나중에 졸업하고  밥 벌어먹기 좋다고 경영학부를 선택했다. 나이가 되니까 공익을 갔다 왔으니. 욕망이 순수하지 않다는 건 내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주말에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그냥 쉬고 싶어서 쉬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 빈둥거리면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내가 정말로 원해서 하는 건지 해야 돼서 하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다. 그냥 하고 있으니까, 익숙하니까 계속 반복하고 있다. 나의 욕망 순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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