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준비한 유통관리사 시험을 보고 왔다. 사실 3주 전에 2014년 ~2018년 기출문제 a형을 다 뽑아 제본했지만 팀 프로젝트도 있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접수한 유통관리사 시험이 2주 남았다는 알람메시지를 받았다. 그때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출문제를 푸는데 모르는 용어가 더 많이 나왔고 약어는 뭐를 줄임말인지 이해 못했다.
그렇게 의욕만 앞섰지만 내게 남은 건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의욕만 앞섰다는 불편한 진실만 맞이했다. 경영학부나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2주 만에 붙을 수 있다는 후기만 잔뜩 읽어서 그런 거 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하루에 1개씩 a형을 풀기로 했다. 푼다기보다는 답을 일단 다 체크하고 용어를 구글에 찾고 인터넷 요약지에 있는 관련 내용을 옮겼다. 다음날 또 답 체크하고 같은 용어 찾고 요약지에 있는 거 적고. 그렇게 하기만 했다.
하면서 정말로 미친 듯이 피곤했다. 4월 1일에는 팀 프로젝트 발표와 중간고사까지 겹쳐버렸다. 게다가 시험 전주는 일정이 정말로 빡빡했다.
4월 7일 컴활 2급
4월 7일 벚꽃구경
8일 팀 프로젝트 인터뷰 정리 2시간
9일 팀 프로젝트 모임 2시간
10일 동영상 기사 읽고 과제 제출 2시간
11일 팀 프로젝트 모임 2시간
12일 팀 프로젝트 발표
13일 아르바이트
14일 시험
정말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유통관리사 시험공부하고, 밥 먹고 나서 팀 프로젝트 준비하고, 집에 와서 중간고사 공부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2016년도가 넘어가니 새로운 용어가 갑자기 막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출제유형이 바꿨다. 계산문제도 나오고 NPKI 포스시스템도 나오고 모르는 내용이 막 튀어나왔다. 정말 이때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래서 2018년 기출문제는 손을 대지 않았다. 거기까지 손을 대면 내가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시험 전날부터 기관지가 불타는 것 같았다. 목 하고 폐에서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도 심하게 막히고 머리도 띵하고 다리에 힘도 풀렸다. 약 먹고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과 요약집 보다가 11시에 잠을 잤다. 더하고 싶었는데 머리가 굳어서 아무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시험 당일 7시에 일어나서 자취방 300M에 있는 GS25에 가서 샌드위치와 허시 초콜릿 허쉬 초코드링크를 사 와서 먹었다. 몸에 힘이 없어서 뭔가 무거운 음식을 집어넣어야 될 것 같았다.
먹고 샤워하고 8시 10분까지 요약본을 봤다. 그리고 30분간 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갔다. 시험장은 고등학교였다. 들어가다가 "내 안에 빛이 있으면 스스로 빛나는 법이다." 내 안에 빛이 있을까? 나는 지금 빛나고 있을까? 목 하고 폐에서 불이 나는 것 같은데. 하며 고사장에 들어갔다. 시험을 보는데 2과목 마케팅 영역이 너무 어려웠다. 그나마 마케팅 영역은 관련 과목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관리, 전략 경영론을 통해 많이 들어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아니 뭐 처음 본 문제가 나왔다. '최근 기출문제를 손을 안대서 그런가 2018년 기출문제를 먼저 풀었어야 했는데', ''27,000원 버렸다' 하며 우울한 기분으로 문제를 풀었다.
집에 와서 점심 먹고 한 시간 자고 나니 오후 1시였다. 시험은 공쳤다고 생각하고 중간고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도 10분 공부하고 가답안 올라왔나 유통관리사 카페 들어가고 30분 하고 카페 들어가고 했다. 그러다가 2시 30분에 카페 들어갔는데 가답안이 나왔고 채점을 했다.
이제 자격증 시험과 한동안 팀 프로젝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 중간고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신경 쓸거리가 줄어들어서 마음도 편안하고. 그래도 시험 끝나고 나면 5월에 딸 수 있는 자격증이나 시험 준비를 조금씩 해야겠다. 나는 글세 뭐랄까? 잘하지는 못하지만 노력하고 투자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