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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내주신 택배를 받았다

#꾹꾹 눌러 담아 보내주신 사랑

by 굿이너프 Mar 26. 2025

엄마가 보내주신 택배를 받았다.

 정말 바쁘게 사시며 세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낸 슈퍼워킹맘인 내 엄마.


 40년 넘게 교단에 계시다 작년에 퇴직하셨다. 퇴직한 후에 몇 개월은 늦잠도 자시며 여유롭게 지내시다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지겨우셨는지 이젠 짧은 시간이지만 노인복지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신다.

 조금 더 쉬시면 좋을 것 같은데 (딸 집에도 놀러 와주고요.) 내가 봐도 참 부지런한 엄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좀 있으신지 고맙게도 나에게 종종 택배를 보내주신다.

 

 엄마는 제주도, 나는 김포에 살아 매번 택배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엄마가 보내주시는 택배가 참 반갑다.

 

 사실 엄청 비싼 물건들을 보내주시는 건 아니긴 하다.

 명절 때 남은 사과나 과일, 잡곡, 반찬 등을 모아 보내주신다.  이번에는 자리가 남으셨는지 재래김까지 꾹꾹 눌러 보내주셨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라 하는 고사리반찬도.

  엄마가 매년 손수 제주도에서 따고 말려 볶은 정성 가득 담긴 고사리 반찬. 나는 어른이 된 후 이 고사리 반찬을 정말 좋아한다. 고사리 반찬을 먹으면 엄마 생각이 난다. 사실 엄마가 요리솜씨가 좋다고는 말 못 하지만 고사리 반찬은 참 간도 잘 맞추신다.

 


  마트에서 사도 될 음식들을 이렇게 보내주시는 건 아마 엄마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뭐라도 챙겨 보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그리고 멀리 있지만 언제나 날 생각해 준다는 표현일 것도 같다.

 


 이번에는 택배 상자 테이프에 엄마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어 함께 왔다.

테이프에 붙어있는 엄마의 머리카락

 한눈에 봐도 가는 내 엄마 머리카락이다.

 제주에서 거센 바람맞으며 머리카락도 실려왔구나. 엄마의 머리카락마저도 나는 반갑다.

 

 내가 엄마가 되니 예전의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특히 내가 감수성 폭발했던 사춘기 시절, 엄마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나 스스로 단정하고 삐뚤어진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알겠다.


그때 엄마는 그저 피곤했던 거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제는 안다.

 내 엄마는 항상 잔잔하게 그리고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고 응원한다는 것을.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는 택배 상자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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