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계속 쓰고 싶어 졌다.
브런치 스토리에 나의 일상과 생각을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글을 쓰는 일이 내게 더 신경 쓰이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작가로 승인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와, 더욱 열심히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글솜씨가 형편없다고 생각해 왔다. 마음속에서는 나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곤 했다.
게다가 글을 발행하며 누군가 내 글을 본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건 나의 글이니, 그저 나답게 써보자.'
사실 글을 다시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다름 아닌 나의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이다.
오랜만에 친정집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20년 넘게 보관해 둔 내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을 보여주셨다. 초등학생용 필기 노트였는데 대략 10권은 충분히 넘는 듯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다.) 벽돌만큼 두껍고 묵직한 그 일기장들을 하나하나 펼쳐 읽어보니, 너무나도 새롭고 충격적인 감정이 밀려왔다.
'아니, 내가 이렇게 글을 잘 썼다고?'
‘종종 쓴 동시도 꽤 훌륭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초등학생 시절 나는 글쓰기 대회에 참가해 상도 여러 번 받았었다. 물론 일기 쓰기를 귀찮아할 때도 있었다. (그 기억은 난다.) 그래서 일기장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에는 늘 ‘이 일기장의 시작과 끝’에 대한 글을 남겼고, 정말 쓰기 싫은 날에는 동시를 머리를 쥐어짜 내며 썼다. 그런데 그 글들을 이제 와서 읽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그동안 나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글솜씨가 형편없다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난 후, 한 번 다시 글을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글을 다시 쓰니 머릿속이 간질간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곤도 했지만, 한 편을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람이 느껴졌다.
무언가의 시작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계기로 이루어진다.
만약 초등학생 시절의 일기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다시 글을 쓰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쓰기가 좋든 귀찮든 그저 열심히 썼던 나의 초등시절,
그 시절 쌓인 나의 글들이
20년도 더 지나 또 다른 새로운 글이 되어
다시 나에게서 탄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