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접니다.
폭싹 속았수다, 아직 안 본 사람 있나요.
네, 그 사람이 접니다.
에피소드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나서요.
요즘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가 전국적(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라고 한다.
요즘 넷플릭스의 세계에 푹 빠지신 나의 엄마도 요즘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를 보고 엄청 울었다면서 너무 재미있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참 많다며 나도 꼭 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드라마 보는 것이 취미인 남편도 한 회라도 빨리 보라며 자기도 보면서 눈물이 났다며 이야기했다.
(나는 남편이 우는 모습을 10년이 넘게 같이 사는 시간 동안 단 한 번 도 직접 본 적이 없다.)
나는 평소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너무 몰입하는 터라 정신적인 에너지를 꽤 많이 쓰는 편이다.
게다가 나는 1편부터 끝까지 한 번에 쭉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드라마를 보기로 마음먹으려면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한 번 시작하면 2~3일 밤잠을 줄이고 다크서클을 달고 지내는 건 기본이고, 드라마 속 분위기와 감정에 한동안 깊이 빠져 지내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싹 속았수다 이 드라마는 나의 고향인 제주도가 배경이다.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만 봐도 마음이 울렁울렁 거리는 게 이건 언젠가는 눈물 콧물 쏙 빼며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보기 전 마음의 준비만 하세월 하는 사람, 접니다.
일단 에피소드 제목부터 훑어보자는 생각에 넷플릭스 앱에 들어가 에피소드 제목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에 눈이 멈췄다.
6화의 제목, 살민 살아진다.
아.. 살민 살아진다는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눈물이 울컥했다.
이거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나오는 걸 어찌한담.
살민 살아진다라는 말은
나의 엄마가 나에게 자주 해주셨던 말이다.
제주도 사투리를 쓰시는 나의 엄마는
살'면' 살아진다도 아니고 살'민' 살아진다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나의 엄마는 당신의 엄마가 당신에게 자주 해주셨던 말이라고 하셨다.
외할머니가 나의 엄마에게, 그리고 나의 엄마가 나에게.. 살민 살아진다라는 말을 전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제목에 있다.
드라마 작가선생님이 존경스럽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가 심적으로 힘이 들 때, 신체적으로 고단할 때,
나의 엄마가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반쯤의 위로와 반쯤의 응원의 마음을 담아 건네주는 이 말을 떠올렸다.
살민 살아진다.
에피소드의 제목만 봐도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자, 이제
마음 단단히 먹고, 옆에 꽉 찬 두루말이 휴지 하나 옆구리에 끼고
드라마 재생 버튼을 눌러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