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나를 쓰담쓰담하는 시간
2025/3/14
어제는 그림책 테라피를 받기 위해 인천에 있는 독립책방 마쉬에 다녀왔다.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라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느닷없이 예약을 했다.
계획적인 성향인 내가 가끔 이렇게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과 기쁨을 얻는 일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하다.
마쉬 책방 지기이자 그림책 테라피스트이신 김미영(둥글) 선생님께서 세 권의 그림책을 읽어 주셨고, 각 책과 관련된 질문들을 던져 주셨다.
첫 번째 책은 쓰담쓰담.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이었고, 사람의 감정을 신호등 색깔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꼭 소장하고 싶어서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아이들에게도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조만간 구입해야겠다.
두 번째 책은 마음을 담은 병.
이 책을 읽고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떠올랐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예전에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단단한 마음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쓰담쓰담하며 감정을 어루만지는 것.
그것이 나를 성장하게 하고, 속상하고 쓰라린 감정을 보다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릴 적 피아노를 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피아노는 그때 내 복잡한 감정을 가장 깊이 느끼게 해 주던 존재였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이야기하는데, 벌컥 눈물이 났다.
아마도 이제야 그때의 나를 스스로 위로하고, 쓰담쓰담해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세 번째 책은 가만히 들어주었어.
테라피가 끝난 후 선생님께서 선물해 주신 책이다. 속상한 마음을 가진 테일러 곁으로 토끼가 다가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이 참 따뜻했다. 나도 누군가 아픔을 겪을 때, 토끼처럼 곁에서 가만히 들어주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오히려 캥거루처럼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 역시 힘들 때 토끼가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과 함께한 시간은 참 따뜻했고, 마음을 쓰담쓰담하는 경험이었다.
그림책 테라피스트라는 직업도 참 멋진 것 같다.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런 멋진 독립책방도 알게 되었고, 내 일터에서도 그림책 수업을 하게 되었으니, 신기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마더북 그림책 테라피스트 과정을 신청할지 고민 중인데,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쓰담쓰담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천까지 다녀오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도 참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