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왔다.
비가 오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산을 챙기고 밖으로 나선다.
6살 아들과 우산을 함께 쓰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등원 길.
여기저기 물웅덩이들이 보인다.
비가 올 때마다 매번 아들 장화를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고민만 하다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가 버렸다.
오늘도 우리는 운동화를 신고 빗길을 걷는다.
"로이야, 물웅덩이 밟으면 신발 다 젖을 텐데~?"
나의 마음속에선 벌써 젖은 신발과 축축한 양말이 걱정되어 아우성이다.
‘에휴, 이럴 거면 장화를 미리 사둘걸...’
하지만 아들은 개의치 않는다.
"괜찮아."
짧고 단단한 한마디.
그리고는 기꺼이 말랑말랑한 운동화를 물웅덩이에 적신다.
'그래, 그럼 그렇지. 그러니 아이지.'
"로이야, 양말이 젖었으면 어린이집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갈아 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들과 함께 찰박찰박 빗속을 걷는다.
물웅덩이에 망설임 없이 기꺼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아이.
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뭔가를 얻어가는 기분이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염려와 걱정부터 앞서는 나와는 달리,
아들은 기꺼이 발을 내딛는다.
비 오는 아침, 설레는 눈빛으로 물웅덩이를 사뿐히 밟고 나아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내 마음도 상쾌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