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바르게 쓰기 위해서는
글자를 처음 배울 때부터 획순에 따라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 백 번 동의한다.
하지만 획순에 꼭 얽매이기보다는,
획순에 따라 쓰며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더하는 것,
그 과정 자체에 더 마음을 기울였으면 한다.
생각해 보면, 서예에서 먹을 가는 일도 그렇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 먹을 가는 것이지만,
정작 마음에 오래 남는 건 글씨보다
그 조용한 준비의 시간이다.
한글도 마찬가지다.
획순은 글자를 쓰기 위한 과정이지만,
그 틀 안에서 천천히 마음을 들이고 집중하는 그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글자를 ‘잘’ 쓰기보다
‘곱게’ 쓸 수 있게 해주는 과정이 아닐까.
수업을 준비하며 한글 획순 자료를 찾아보다가,
초등학생 시절 서예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 엄마는 잠시
집에서 나에게 서예를 직접 가르쳐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서예를 가르쳐 주셨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기억이다.
붓으로 어떤 글씨를 썼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검고 딱딱한 먹을 종이에 싸서
손목이 아프도록 갈았던 기억은 또렷하다.
그 먹물의 크슴 한 향기가 아직도 마음속에서 울렁인다.
그 먹물의 향기와 비슷한 향을 나는 지금도 좋아한다.
글씨 그 자체보다
글씨를 쓰기 전 먹을 가는 과정에
더 많은 정성을 쏟는 것,
결과보다는 그 여정에 무게를 두는 것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