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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심 Feb 15. 2017

이별 후 마음 정리 및 이별 후 극복 방법

이별 에세이 5.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오는 길, 우유 빛 눈발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날리고 나의 입김은 아픔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오늘따라 더없이 쓸쓸하다. 시리도록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지는 내 발자국 모양이 삐뚤삐뚤, 그 모양새가 볼품없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을 때마다 그의 얼굴이 내 눈에 서럽게 밟힌다. 내 몸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내 마음은 그를 향해 가고 있다. 발자국이 눈 위에 찍힐 때마다 내 마음의 카메라도 그를 찾아가 그의 얼굴을 찍는다. 그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마음속에 고이 어리석게도 간직해 본다.      




 하지만 이내 정신 차리고 다시 그의 사진을 마음속에서 꺼내어 갈기갈기 찢는다. 찢어진 사진들이 다시 조각 별로 맞춰지며 다시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려 한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 사진을 불태운다. 타버려 까만 재가 된 사진 조각들이 새하얀 눈 위에 힘없이 흩어진다. 눈이 내린다. 눈의 결정의 모양이 육각형이 아닌 슬픈 모양을 하고 있다.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은 내 마음 때문이었을까 구름 속 수증기들이 서로서로 천천히 달라붙어 슬픈 결정 구조의 크기가 크게도 만들어졌다. 




 그를 사라지는 눈처럼 잊기 위해, 전화번호도 지우고 사진도 태우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보았다. 머리를 싹둑 자르고 진하게 화장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그의 험담도 해보고 못 먹는 술도 마셔보고 여행도 갔다. 하지만 그는 잊혀지지 않았다.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취미도 배워보고 새벽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의 기억은 마치 내 전두엽에 화석처럼 굳어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랑했던 그를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터득하였다.           



 이별 후 마음 정리 방법은 바로 내 일상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그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 대로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되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두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마음 정리일 것이다. 자기 몸을 혹사시키면서 술을 마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울다 지치는 것이 아닌 그냥 내 일을 해나가면서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두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마음 정리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기필코 약속하자. 이별 후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고. 내 삶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나 스스로 나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겠다고. 한 순간 무너지지 않겠다고. 그렇게 스스로 약속하고 시간 흐름에 몸을 자연스레 맡긴다면 마음은 절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마음 정리를 하고 나면 결국 이별을 극복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가 없어도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 자신이 나를 맞이할 것이다.      





이별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감동적인 우리들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3컷 그림 & 쓰담쓰담 에세이(상처, 이별, 어머니, 꿈, 사랑, 여행, 우정, 자존감, 맛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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