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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심 Feb 22. 2017

나를 품은 엄마

엄마에게 드리는 편지 1.

 


엄마와 한바탕 싸운 후 씩씩거리며 방문을 쿵 닫는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너무 미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책상에 엎드려서 생각해도 침대에 누워 생각해도 엄마는 나를 너무 몰라주는 것 같다. 집에서 취직도 안 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있는 나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엄마는 어쩌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분해서 울다가 깨보니 고요한 새벽 공기가 내 뺨을 스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른기침을 몇 번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본다.  책상에 앉아 이 책 저 책을 만지작거리다 한 오래된 앨범을 발견한다.      




 앨범을 펼치니 아리따운 젊은 여성이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 여성은 단아한 옷차림을 하고 한 남성과 한 손을 잡고 있다. 다른 한 손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자신의 복부를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래된 쪽지가 하나 있었다. 그 쪽지를 펼쳐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뱃속에 내 목숨보다 더 귀한 아기가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사랑한다. 내 아가.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너를 지켜 줄 거야. 사랑한다. 죽을 때까지 사랑해. 아니 영원히 너를 사랑한다.’ 




 나는 방문을 나와 엄마방으로 건너갔다. 엄마는 앨범 속에 하얀 피부의 미모의 여성이 아닌 주름 가득하고 푸석한 얼굴을 하고 세상의 고단함을 다 지닌 체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셨다. 세상의 고단함을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고 잠에 빠져 계셨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다 엄마의 주름진 손을 잡아보았다. 엄마는 그 손으로 나를 안아 젖을 먹였을 것이다. 엄마는 그 손으로 나를 목욕시키고 추울까 봐 꼭 껴안아 주었을 것이다. 엄마는 그 손으로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안 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그 손으로 자식이라는 예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일정기간 숙성하고 반죽을 하고 반죽된 흙을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을 한다. 아기의 손 모양도 만들고 아기의 발 모양도 만들며 행복을 느낀다. 1차 건조를 하고 고도의 집중을 해서 손으로 조각을 한다. 초벌구이 한 후에 도자기 색을 입히는 유약 과정을 한다. 이심방 이심실인 아기의 심장에 4가지 색을 칠한다. 우심방에는 바르게 살라고 초록색, 우심실에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힘차게 살아가라고 빨간색, 또 쿨하게 살아라고 좌심방에는 파란색, 따뜻하게 살아라고 좌심실에는 핑크색을 칠한다. 건조 후 자궁이라는 뜨거운 가마에 넣고 도자기를 굽는다. 1250도의 높은 온도로 땀을 흘리며 굽고 가마가 식으면 꺼내어 다듬어 도자기를 완성시킨다. 그렇게 우리가 엄마의 자궁에서 엄마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다

.      



 한참을 울먹이다 내 방으로 건너와 다시 앨범을 보았다. 앨범에 또 하나의 쪽지를 발견하였다. ‘오늘 처음으로 우리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쿵쿵. 건강하게 뛰는 우리 아기의 심장 소리에 감격해 눈물이 난다. 우리 아기 사랑해.’ 나는 엄마와 처음 만난 날을 전혀 기억할 수 없지만 엄마는 나와 처음 만난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달을 토하는 듯 한 고통의 입덧도 이겨내고 자신의 영양분을 끌어 모아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로 보내어 태아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도와주는 어머니의 마음이 애틋하다. 그럴수록 자신의 몸무게는 줄어들고 입덧으로 먹지도 못하며 수액을 통해 영양주사를 맞으며 생활하면서도 그녀는 기쁨의 미소를 머금었으리라.




 한 평생 자식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을 내 어머니를 생각해 보자. 지금 당장 전화기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자. 그리고는 말해보자. “엄마, 나 낳아주고 길러주신다고 수고 많으셨어요.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이 말을 지금 당장 하자. 엄마는 이제껏 날 기다려주고 길러주셨지만 이 말을 미루고 미루다 보면 엄마는 결국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곁에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행복해요.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그리고 또 미안해요. 엄마 자식으로서 자꾸 힘들게 해서. 앞으로는 제가 지켜줄게요. 엄마가 저를 한평생 지켜주셨듯이.     






3컷 그림 & 쓰담쓰담 에세이(상처, 이별, 사랑, 꿈, 부모님, 여행, 우정, 자존감, 맛에 대한 이야기)   


  

   to  be  continued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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