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지킬 앤 하이드 관극일기
연극 ‘지킬 앤 하이드’가 공연된다는 소식에 마구 뛰었던 심장,
스티븐슨의 그 지킬, 그 이야기가 무대에 올라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국민학교 때부터 추리소설 마니아라 서점에 가면 늘 팬더문고의 책부터 살폈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제목으로 처음 만났던 작고 도톰했던 그 책을 참 많이도 읽었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도 너무 사랑하기에 매 시즌 관객석을 지키고 있지만, 시작과 전개가 원작과 다른... 큰 바탕만 차용했을 뿐 사실상 다른 스토리이기에 조지킬, 류지킬을 만난 후에도 원작에서의 그 치열한 신경전이 그리워 결국 다시 책을 집어 들곤 했다. 박사과정 때도 학위 외 과정에서 지킬과 오페라의 유령을 소재로 ‘페르소나, 인간의 가면’에 대해 썼고, 문화예술사 강의에서 영국에서 공연된 Gary McNair의 공연을 알게 되어 바로 영문 대본집도 구해 읽었는데, 한국어로 공연된다는 기사를 읽고 잠시 숨을 멈추고 기사 화면만 바라보았다. 진짜? 한국에서! 대학로에서?
영문 대본상 1인극이라는 것 외에 결말을 내리는 방식이 소설과 달랐었기에 한국의 대학로 무대에서는 이를 그대로 따를지, 그리고 이 대사들을 어떻게 번역할지 너무 궁금했다.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그 대사, ‘네가 Mr.Hide면 난 Mr.Seek이다’를 한국어로는 어떻게 할지, McNair의 오리와 비둘기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지극히 영국적인 그 날씨와 그 공기와 정서를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동하는 무대였지만 궁금한 것을 어째...
캐릭터 필름 속 배우님들의 대사에 소름을 느끼며 기다린 개막주간~ 애정하는 훈정배우님 무대를 시작으로 다시 시작된 봄날의 회전문!!!
이 무대들을 못 봤으면 지킬 마니아로서 부끄러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진짜 스티슨의 그 작품이 맞았다... 그로테스크한 연구실의 기운이 푸른 빛 무대 위에 가득했다, 이건 진짜였어...
배우들의 열연에 특히 박수를 보내야하는 극이었다. 많은 대사량은 둘째고, 최소한의 조명과 음향에만 의존하여 채워야 하는 90분, 아니, 조명과 음향마저도 배우에게 의존한다고 하는 편이 맞는 표현일 수 있겠다. 어터슨을 중심에 둔 퍼포머는 그저 지킬이라는 인물의 기구한 삶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러가 아니었다, 화자인 어터슨은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지키고 싶은 사람과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세계에 파장을 일으킨 침입자를 찾고 응징하고자 하나 결국 침입자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택한다. 소설을 읽을 때 그리고 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극들을 보았을 때에는 ‘남의 이야기’로 보였기에 아주 냉정하게 평가하거나 지킬을 동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터슨에 이끌려 런던 뒷골목을 헤맸던 첫 날, 긴장감과 묘한 심리적 불편함에 집에 오는 내내 마지막 대사를 따라 중얼거렸다. ‘말했잖아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작가는 왜 그렇게 결말을 썼을까, 어떤 메시지를 실어 연출하고 있을까, 배우들은 어터슨의 마지막 선택에 대한 이유를 각자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관객석에 앉아 있지만 마치 내가 어터슨을 상담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지킬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논쟁해야 할 것 같기도 했다. 1인극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TOM2관에 입장하는 순간 퍼포머의 의식(意識 & 儀式)에 초대받는 것 같다, 관객을 그저 관객으로 남겨두지 않는 그런 특별한 경험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공연 중인 극이기에 줄거리와 결말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스티븐슨 원작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관극할 것을 당부해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날것과 같은 속을 들여다보자 한다면 또한 꼭 봐야 할 것이다. 배우님들의 혼을 쏟아내는 열정에 함께 눈을 맞추며 고민하고 싶다면 회전문의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I'm not the good guy in this story.
- prologue -
I told you. I’m not the good guy.
- ends -
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어터슨의 대사에 담긴 의미, 그 웃음, 그 표정... 보면 볼수록 많아지는 생각...한동안 더 고민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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