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The Peak

by Passion fruit

12월 31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홍콩에 돌아왔다. 아직 피곤한 몸을 다 추스르지는 못했지만, 새 마음을 다져보고자 Peak로 향했다. 혼자 간 것은 아니다. 내가 여기 홍콩에서 출석하는 한인교회에서는 매년 첫날 Peak에 간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는데, 홍콩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많은 한인 교회들이 새해 첫날 가벼운 등산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직 피곤한 아내와 아이들은 두고 혼자 Peak로 출발했다.


홍콩에서 Octopus 카드는 필수다. 돈을 충전하면 모든 교통수단을 사용할 수 있고 또 결재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Octopus 카드를 애플와치에 심어놓았다. 시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지난 한국 방문 기간 동안은 애플와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MTR(한국의 지하철)을 타러 가서 시계를 태그했는데 작동하지 않았다. 비밀번호 입력창이 떴다. 순간 얼어붙었다.


'비밀 번호가 뭐였지?'


나는 핸드폰, 은행 애플리케이션, 애플와치의 비밀번호를 다 다르게 사용한다. 그런데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다. 5번의 입력 오류로 3분간 대기, 3분 후 입력 오류로 다시 5분간 대기...... 그리고 겨우겨우 기억해 내 잠금을 해제했다. 약 10분을 지하철을 못 타고 서성였다.


The Victoria Peak는 홍콩섬 한가운데에 솟아있는 필수 관광코스다. 그냥 Peak라고 하면 보통 다 Victoria Peak로 알아듣는다. 서울의 남산 같다고 보면 되는데, Peak에서 평평한 약 1시간가량의 둘레 코스를 걸으면 대충 섬의 사면을 다 볼 수 있다. Peak를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는 Tram도 명물이다. 항상 긴 줄이 서 있고 대중교통에 비하면 비싸다. 그래서 나는 트램을 이용하기보다는 보통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완차이 역 Lee Tung Avenue 쪽 출구로 나간다. Lee Tung Avenue는 항상 장식이 잘 되어있다. 아직 떼지 않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연초보다는 연말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 깨끗하고 맛 좋은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다. 빵을 좋아하는 아내는 여기에 들를 때마다 바게트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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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15번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 버스가 Peak를 가는데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곤 한다. 약 30분 정도면 정상까지 간다. 홍콩에 살면서 인정하는 것 중 하나는, 여기 버스 기사들의 운전실력이다. 이층 버스를 몰고 외길로 된 비탈길을 매끄럽게 오르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새해 첫날이라도 Peak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고 했는데, 올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약간의 비와 함께 구름이 깔려 가시거리가 멀지 않은 것은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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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Peak다. 일행을 만나고 걸음을 재촉해 집결 장소로 갔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 West High에 올랐다. 처음 올라가 보는 언덕인데, 시야가 더 확 트여 기분이 좋았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멀리 보였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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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향한 다짐을 마음속에 해 본다.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새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무엇이 펼쳐질지 알 수 없고 가려진 시야처럼 불투명하지만, 안개도 걷어내 가며 나아가면 그뿐, 어차피 가야 할 길, 힘내서 가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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