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 는 진리
인간의 생각은 본인이 속해있는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한 프랑스인과 결혼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건너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삶의 태도는 우리와 왜 다를까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가정은 자녀가 2명인 화목한 가정이다. 매일 저녁식사는 꼭 함께 하고, 주말이면 집 가까운 해변이든 산이든 가족이 야외 활동을 함께하는데 가족의 시간을 매우 중요시했다. 특별한 활동이 없어도 시간을 꼭 같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에게 성적이나 대학에 대한 부담은 전혀 주지 않았다.
"18살이 넘으면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할 것이고 그때부터는 온전히 부모의 손을 떠납니다. 그래서 아직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인생과 부모의 인생을 분리한다. 아이들의 인생은 각자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이고 그 시작을 18살 이후, 즉 secondary school이 끝나는 시점으로 본다. 부모의 역할, 가족의 개념이 우리와는 정말 다른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회사의 홍콩 친구들과 나누었다. 홍콩의 부모들도 한국의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매우 경쟁적인 학업 분위기, 대학에 인생을 거는 부모와 학생들, 과열된 사교육 시장, 인성보다 대학에 목표를 두고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구조......
'왜 이렇게 아시아는 유럽과 다를까?'
친구들과 합의할 수 있었던 부분은 아시아 국가들과 서유럽 국가들의 사회제도적 차이다. 프랑스에서는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대학도 순전히 자기 의지와 실력으로 간다. 사교육 또한 없다. 노후 보장 또한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잘 되어있다. 즉, 청년이 노력하면 어찌 되었든 자기 힘으로 살아갈 만한 사회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더더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부모의 도움 없이는 공부도, 내 집 마련도, 육아도 힘든 사회가 되어 버렸다. 요즘 한국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70살 까지는 일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도 둘째를 거의 40살에 낳았으니, 건물주가 아니라서 계속 일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구조에서, 부모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역할이 저 먼 유럽 국가들의 부모님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차기 리더를 준비하는 Top Talent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두 개의 회사에서 동일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리더들의 의사결정이 달랐다. Top Talent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Top talent를 선발해야 한다. 다국적 회사의 구조 상 여러 사업부가 존재하는데 선발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사업부별 일정 비율로 Top talent를 선발하는 방식. 이렇게 하면 각 사업부 별 top talent가 선별된다. 2. 사업부 관계없이 모든 영업사원 중 Top talent를 선발하는 방식. 전체 회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진정한 top talent에 가깝다. 재미있게도 A 회사 리더들은 1안을 선택했고, B 회사 리더들은 2 안을 선택했다. 의사 결정의 이유야 다 있지만, 그 결정의 핵심 배경은 조직 구조에 있다.
A 회사는 각 사업부장들이 글로벌의 각 사업부 사장에게 보고하는 조직 구조다. 한국 지사장님이 있지만, 대표성을 띌 뿐 직접적인 인사권은 없다. 각 사업부장의 입장에서는 내 사업부에서 선발되는 인원이 없어서는 안 된다. A회사의 리더들에게 2안을 설득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가장 큰 사업부는 영업사원이 100명이 넘었고, 가장 작은 사업부는 영업사원이 3명에 불과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부 별 일정 비율로 선발하기로 결정되었고, 3명인 사업부는 1명씩 돌아가며 교육에 포함되었다.
B 회사는 각 사업부장들이 한국 지사장님께 직접 보고하는 사장 중심의 조직구조다. 사장님이 직접적인 인사권이 있다. 이곳의 사업부장님들 역시, '내 사업부에서 한 명도 선발되지 않는다면?'이라는 동일한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2안을 선택했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진정한 top talent이고 그것이 회사적 관점에서 더 유익하다고 봤다.
최근에도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다. 고등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저지하는 교사를 폭행했다. 요즘 공신 강성태 님의 유튜브를 보는데, 한국교육 정말 갈 데까지 갔다. 부모로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참담하다. 왜 이렇게까지 대한민국 공교육은 무너졌을까?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학생은 교사를 폭행하고, 교사는 점점 기피직업이 되어간다.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부모로서 한 가지는 확실히 느낀다.
내가 학교에 다니는 시절에는 교사들의 체벌이 일상 다반사였다. 다리에 피멍드는 것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때는 그게 당연히 여겨졌다. 학생 체벌했다고 교사에게 어떤 제제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간혹 체벌의 수위를 넘어서는 폭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반대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교사는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 교사는 권위의 상실, 교사로서의 자괴감,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오래도록 시달리겠지만 학생에게 주어지는 징계는 어떨까? 그 징계가 학생들이 보기에 견딜만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도록 방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 편에서 보인 부모의 갑질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는 갑질을 해도 적절히 제제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교사를 괴롭힐 방법이, 교사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보다 훨씬 많다. 이전에 적었던 글(홍콩살이 7)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여기 홍콩에도 몬스터 맘이라고 불리는 교육에 아주 열정적인 학부모들이 있다. 그런데 그 엄마들이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거나 서구권 국가에 보내게 되면 그 갑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은 못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학부모들의 그런 행동들을 용납하지 않고 제제할 수단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는다'는 말은 인간의 본성을 지적한다. 다리를 뻗을지 말지는 누울 자리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