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의 퍼실리테이션 적용기 #6
김 과장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물어봐야겠습니다."
노 과장
"그보다는 좋았던 부분을 물어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양한 부서의 팀원들이 모여 파일럿팀을 운영했고 그 결과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였다. 사안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떤 부분들에 우리의 기회 요인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본 프로젝트의 실행부서는 영업부였고, 많은 저항이 예상되는 그런 프로젝트였다. 영업부의 김 과장은 어려웠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당연한 의견을 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지원 부서의 노 과장은 어려웠던 점보다는 좋았던 점을 물어보고 그 부분들을 확장해나가자는 의견이다.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면 너무 부정적인 반응만 많이 나오게 될까 봐, 그래서 실제로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어렵게 되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가 잘 실행될 수 없을까 봐 걱정된다는 거죠?"
이렇게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이해도 되고 공감도 가는 말이다.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어떤 리더 분도 똑같은 얘기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왜 어려웠던 점을 물어봅니까? 없었던 부정적인 점까지 끌어내게 되고 직원들을 부정적으로 만듭니다. 그 보다는 되는 부분, 긍정적인 부분을 물어봐야 합니다."
정말 그럴까? 마음에 불만이 있는데 긍정적인 질문만 해서 긍정적인 답변만 하라고 하면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할까? 긍정적인 질문을 해서 긍정적인 부분만을 끌어내야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된다는 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긍정적인 질문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직원들이 실제로 어려움도 겪었고 불만도 있는데 긍정적인 답변만 하도록 질문을 하는 건, 질문의 형태를 띠고 긍정적인 답변을 강요하는 행동이다. 사람은 강요받으면 반발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모든 보고서에는 긍정적인 내용이 남겠지만, 직원들의 마음속엔 소통의 장벽이 세워진다.
무언가 새로운 성취를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자리를 갖는다면, 그 사람은 어떤 말부터 꺼낼까?
"이런 점이 힘들었어요. 내가 어디까지 해 봤는지 알아요? 그런데 이런 건 안되더라 구요. 어렵더라고요..."
아마도 이런 힘들었던 경험부터 얘기할 거다.
"그런데 이런 점은 좋았어요. 다음에 한다면 이렇게 해 볼 것 같아요."
자신의 고생과 노력이 들려지고 나면, 그 후에야 그래도 있었던 적은 성취와 희망, 가능성을 얘기할 거다. 이게 보통 있는 일이다.
이전에 해보지도 않은 일, 어색한 일, 그래서 초기에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예상되는 일이라면 힘든 점부터 얘기하는 건 당연하다. 사실 그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부터 긍정적인 답변만 하라고 강요하는 걸 난 이해할 수가 없다. 한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담당자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 빨리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상사들에게 보고도 해야 하는데, 부정적인 얘기들만 잔뜩 쏟아진다면 마음이 어떻겠는가?
직원들도 기본적으로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되도록 하려고 하지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직원들의 불만과 고충을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들어야 한다. 잘 듣고 사실은 챙기고 추측은 확인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실무를 해본 사람들이 해결책도 가장 잘 안다. 그렇게 제안된 여러 가지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인지 아닌지 구분한다. 다른 부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빨리 그 부서에 문의한다. 수용이 가능한 부분은 빨리 적용하고, 수용이 불가능한 부분들은 그 이유를 직원들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여러 번 되풀이된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보다 불만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쯤이면 프로젝트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긍정과 부정의 밸런스는 중요하다. 이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일일수록 초반에는 당연히 부정적인 경험과 의견이 많다. 그 시점에 서로를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잘 보자. 그 일련의 과정을 잘 운영하자. 실행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잘 듣고, 되는 것은 빨리 적용하고, 안 되는 것은 왜 안되는지 잘 설명 해 주자.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를 떠나 적어도 서로 믿고 나아가자. 그래야 성공도 실패도 함께하게 되지 않겠는가?
추신: 전적으로 퍼실리테이터의 입장에서 적어보았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리더 또는 임원진들의 확신하에 지시와 관리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효과와 성과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시와 관리가 주가 되는 경우에는 퍼실리테이터보다는 관리자가 더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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