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기러기아빠의 미용실에 간 날

오늘 미용실에 들렸다.

내가 자주 가는 동네 미용실에는 실력이 꽤 괜찮은 헤어디자이너 한 분 있는데 난 주로 그 분을 예약해서 간다.

그런데, 두세 달 전부터 12월에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12월에는 캐나다에서 돌아오는 가족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 얼추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이 분에게 머리를 맡기면 되겠다 싶었다.


오늘도 그 헤어디자이너를 예약하기 위해 네이버를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든 시간이 비어있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나. 그냥 오늘 비가와서 그런가보네"


아무 생각없이 미용실로 간 나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분 결혼때문에 그만두셨어요"


아뿔싸 그래서 모든 시간이 비어있었구나.




그 순간 화가 났다.

낚시 당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 네이버 예약 명단에는 그 헤어디자이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분나빠하는 걸 느꼈는지, 두피에 좋은 거라며 두피마사지 크림을 무료로 발라주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밖에 비도 오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이상했다.

다른 곳에 간다고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달인데...


다른 헤어디자이너가 내 머리를 잘라주었다.

그런데, 화나 짜증 이외에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건 섭섭함이었다.


그래도 나름 반년 동안 머리를 맡겼던 사람인데, 이제는 볼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섭섭함이 느껴졌다.


 



사람이란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이제 다시는 못본다는 말속에는 섭섭함과 쓸쓸함이 묻어있다.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못본다면 이보다 더한 감정이 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일까. 내 주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 아내, 내 아이들, 나의 어머니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가을이라 그런가. 비오는 날의 밤이라 그런가. 

오늘 난 유난히 쓸쓸함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슷한 듯 다른 SNS 분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