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다보니 건강검진을 받으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단을 받을 때가 많다.
이번에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헬리코박터균과 뇌혈관 이상'
사실 처음에는 뇌혈관 이상이라는 말에 헬리코박터균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뇌출혈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나로서는 뇌혈관 건강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오실거에요?"
"네?"
"전문의로부터 상담받으셔야 돼요"
나중에 예약을 하겠다고 말한 후 우선 전화를 끊었다. 상담비 받으려고 그러는거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삼당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조금만 어지러워도, 피곤함을 느낄 때도 모든 것이 뇌혈관 질환때문인가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그래, 예약하고 가보자"
결국 예약을 했고, 전문의와 상담을 받기로 했다.
상담 당일 의사는 너무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내 차트를 보고 있었다. 뭔가 속았나 그런 생각에 안심과 헛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의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뇌혈관은 일부 혈관이 좀 늘어지긴했지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헬리코박터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헬리코박터가 더 문제라고? 뭐 암으로 발전? 그런 생각에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먹기로 했다. 그때 의사가 내게 한 말.
"좀 힘드실거에요. 헬리코박터균 치료제는 마이신이라는 항생젠데 좀 쎄요"
뭐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약국으로 향했고, 2주분의 약을 받았다.
그러나 그 약을 먹고 난 후부터 나의 위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하루에 어려번 화장실을 갔고, 이 나이에 사춘기 소년마냥 뽀드락지가 얼굴 사방에 나기 시작했다. 고통이 위로부터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할수록 내 머리 속에는 한마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2주야 빨리 좀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