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The 다른 시선 #6】
“코치님은 강의나 코칭하면서 가장 어려운 대상이 누구인가요?"
다양한 조직을 다니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합니다.
“중간관리자 이상의 남성분들이요.”
예전에는 이분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속에서 긴장감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무표정한 얼굴, 낮은 반응, 팔짱 낀 채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들.
강사로서, 코치로서 자꾸만 제 실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였죠.
강의 초창기엔 그 한 사람의 반응이 온종일 제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내가 강의를 잘못했나?”
“질문이 부족했나?”
“공감을 못 끌어낸 걸까?”
끝없이 자책하다 보면, 강의 끝에 남는 건 피로감뿐이었습니다.
코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답형으로 말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고객을 만나면 그 침묵이 온전히 제 탓 같았고, 혼자 괜히 작아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코칭과 강의를 하면서 저는 조금씩 저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그렇게 쉽게 흔들릴까?"
"왜 정서적으로 불안한 날은 유독 자존감이 낮아질까?"
돌이켜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을 알아가면서 사람을 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죠.
예전엔 반응 없는 교육참가자나 냉소적인 코칭 고객을 만나면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게 묻습니다.
“저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왔을까?”
“지금 고객의 반응은 어떤 감정의 표현일까?”
그렇게 마음이 바뀌니, 제 표정도 시선도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요즘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예전보다 더 편안해보이세요.”
“표정이 참 따뜻해지셨어요.”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조금은 변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대상을 만나더라도 두렵기보다 궁금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며칠 전 스타트업의 한 젊은 대표님을 코칭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 안에 있는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이 말투, 이 눈빛은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걸까?’
그 궁금함이, 다음 세션을 준비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제가 쓴 책 《결국 소통만이 답이다》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품고 살아간다.
단지 그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결국 소통만이 답이다》 중에서-
맞습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 마음이 다르게 표현될 뿐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조용히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 말 하나면 충분합니다.
내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누군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줍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의 이야기를 기다려주는 일입니다.